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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하늘의 묘 이장하다.

[인생소설(이하늘의 인생론)]

by trustwons

[어둠의 사십 년]

39. 하늘의 묘 이장하다.

어느덧 고(故) 이하늘이 하늘나라에 간지 3년이 되었다. 고 하늘의 아들인 광일은 어머니의 생일이 되는 날에는 어머니 하늘의 산소에 찾아가곤 하였다. 그토록 광일은 어머니에 대한 애정이 깊었었다.

일찍이 세 살 되던 날부터 광일은 어머니의 손과 발이 되어주었던 것이었다. 보통 다른 아기들은 엄마의 품에서 엄마의 젖을 먹던가, 우유를 먹지만, 광일은 엄마의 품에 있는 시간보다는 할머니의 손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었다. 물론 광일은 갓 태어날 때에는 잠시 엄마의 품에서 엄마의 젖을 먹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광일은 할머니의 손에서 자랐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광일은 할머니가 엄마인 줄 알았었다. 하늘은 놀러 온 이웃 아주머닌 줄 알았었다. 그러자 광일은 차차 판단할 나이가 되어서야 할머니를 통해서 자기를 낳아준 엄마라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 나이가 광일의 세 살 되는 때였다.

그러자 광일은 엄마에 대한 애정이 솟아났으며, 젊고 부드러운 피부의 엄마가 그리워지곤 하였던 것이었다. 그래서 광일은 틈만 나면 조르르 엄마에게 달려갔었다. 광일은 처음에는 엄마에게 자꾸 ‘엄마!’ 하고 불렀었다. 하지만 하늘은 전혀 아들 광일이 부르는 소리를 듣지를 못하였던 것이었다. 그리고 광일은 엄마를 놀래주려고 장난도 해보았으나 엄마는 전혀 알지를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중에서야 광일은 엄마가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다는 것을 실감을 하게 되었다. 그런 어린 광일은 일찍이 세 살 때에 슬픔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었다. 광일은 한 번도 엄마로부터 ‘광일아~’ 하는 소리를 들을 수가 없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광일에게 밥을 먹여주고, 옷을 입혀주고, 그리고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것도 할머니였던 것이었다. 처음에는 광일은 할머니와 어린이집에 가는 것이 당연한 줄로만 알았다가 어린이집 친구들이 엄마와 함께 오는 것을 보고서야 광일은 더욱 엄마에 대한 애정이 커져만 가게 되었다.

그래서 광일은 집에 있을 때에도 종종 엄마에게 달려가 엄마의 품에 안겨보며, 엄마의 냄새를 좋아했었다. 하지만 항상 광일은 엄마와 함께 있을 수가 없었다. 광일에게는 항상 할머니가 있었다. 이때부터 광일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을 가지게 되면서 점점 엄마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이러한 광일은 어린 나이에 세 살 된 때부터 엄마와 가까이 있고 싶어서 엄마를 도와주려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었다. 광일은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엄마에게로 달려갔다. 그리고 엄마의 일거일동(一擧一動)을 살피기 시작했으며, 그럴 때마다 엄마에게 도움이 되도록 광일은 챙겨드렸던 것이었다. 그러면서 광일은 점점 엄마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으며, 무엇을 도와드려야 할지도 너무나 눈치가 빨랐었다.

이러한 광일은 남들이 보기에는 너무 일찍 철들었다고들 말하였다. 그러나 광일에게는 엄마의 일을 도와드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알았던 것이었다. 그런 광일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다른 아이들보다는 더 깊었으리라 보아진다.

그래서 광일은 엄마의 생일날이 되면 엄마의 산소를 찾아가는 것이었다. 꼭 엄마의 생일에만 광일이 엄마의 산소에 가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날에는 갑자기 엄마의 산소로 향하고 하였던 일도 광일에게는 많았었다.

그렇게 광일이가 엄마 하늘의 산소에 찾아가는 세월이 삼 년이나 흘러간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광일은 엄마의 산소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할머니에게 말해주고 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엄마의 산소를 옮긴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엄마의 산소는 전망이 좋은 축석고개 언덕 위에 아늑한 숲 속에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광일의 할아버지가 일 년 전에 세상을 떠나셔서 할아버지의 산소를 파주에 있는 DA 평화공원에 모시게 되었던 것이었다. 할아버지는 고향이 이북이기에 북쪽에 가까운 곳으로 모시길 할머니의 요청에 따라 파주에 모시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광일의 아빠와 할머니는 자주 긴 대화를 나누시더니, 할아버지도 엄마도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이 보기에 좋지 않다고 하시면서, 그리고 서로 떨어져 있으니 찾아가는 일에도 불편하다고 하시면 엄마의 산소를 할아버지의 산소가 있는 곳으로 이장을 하여야겠다고 하였다.

광일이 엄마의 산소를 이장하는 날이 오늘이었던 것이다. 일찍이 광일이 아빠인 강인은 직장에 휴무를 내시고는 장의업체와 약속을 해 놓으셨던 것이다. 광일은 커피 잔을 들고는 거실 창문 쪽에 있는 엄마가 늘 앉으셨던 흔들의자에 앉아서는 창밖을 바라보면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오늘이 엄마의 생일인데, 하필 오늘이어야 하지? 다른 날도 많은데......”


광일은 엄마의 생일날에는 홀로 엄마의 산소를 찾아가 엄마와 유일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컸다.

한편 광일의 아빠 강인은 할머니와 식탁에 앉아서 무엇인가 대화를 나누시면서, 엄마 산소의 이장(移葬)에 대한 서류를 보고 계셨다. 그런 모습을 창가에 앉아서 바라보고 있던 광일은 쓸쓸한 기분이 들어서인지 창밖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엄마가 여기 앉아서 자주 하늘을 바라보시는 모습을 생각하고 있었다.


“엄마는 자주 하늘을 바라보시던데, 정말 하늘을 보고 계셨던 걸까?”


갑자기 광일은 엄마의 그런 모습에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일전에도 광일은 엄마의 그런 모습을 물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광일의 엄마는 주님과 함께 있었다고 말했었다. 그때에는 광일은 크게 생각하지 않고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엄마가 앉아 있었던 흔들의자에 광일이 앉아서 자신이 엄마처럼 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할 때에 뜬금없는 엄마에 그런 모습을 더 알고 싶어졌다. 그리고 광일은 엄마처럼 주님이 함께 함을 느껴보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하늘에 구름과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뿐이었다. 그래서 광일은 엄마처럼 눈을 감고 하늘을 향해 있어 보았다.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엄마는 보았을까? 주님이 함께 하신다니 정말일까? 어떻게 함께 있었을까?”

“광일아~ 이리 와 봐!”


광일이가 눈을 감고 엄마처럼 하늘을 향하고 있을 때에 아빠의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광일은 곧 눈을 뜨고는 식탁 쪽을 향해 바라보았다. 광일이 아빠가 손짓을 하고 있었다. 광일은 흔들의자에서 일어나 식탁 쪽으로 갔다. 그리고 아빠와 할머니 사이에 의자에 앉았다. 광일이 아빠는 묘지이장 서류를 광일에게 보여주었다. 일전에도 광일이 아빠는 광일 와 엄마의 산소를 옮기는 일에 대해 대화를 가진 적이 있었던 것이다.


“오늘 엄마의 묘지를 이장하는 날인데, 장의업체에서 오늘 우리 집으로 아침 9시에 장의차를 가지고 온다고 하는구나. 그러니 광일이 너도 함께 가야지. 그래서 정장으로 입도록 해라.”

“정장을 입어야 하나요?”

“그럼, 그건 엄마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거란다. 할머니도 가신단다.”

“네. 엄마의 모습이 어떨까요?”

“모르지, 관을 열어봐야 알겠지. 삼 년 됐으니 모습이 그대로일지 몰라!”

“그럼 엄마를 볼 수 있겠네요?”

“그렇지, 얼마나 좋니~ 엄마를 다시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레지?”

“네, 많이요. 상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도 돼요.”

“참 목사님도 오실 것 같다. 어제 연락이 왔단다.”

“목사님이요? 그럼 예배를 드리나요?”

“글쎄다. 간단하게 드릴지 모르지.”

“무슨 예배라고 하지요?”

“개관예배라고 하더라. 아니 이장예배라던가? 모르겠다.”

“원래 이런 예배가 있는 거예요?”

“원래라니? 모르지, 아마도 한국전통일지도 모르겠다.”

“한국전통이라니요? 조선식 전통이겠지요.”

“시간 다됐다. 준비하자!”

“네.”


그때에 현관에 누군가 찾아오셨다. 초인종소리가 울리자 광일은 급히 현관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그러자 목사님이 서 계셨다.


“아빠, 목사님이 오셨어요.”

“목사님, 시간 맞춰오셨네요. 저희도 나가려고 하던 참이었습니다.”


광일이 아빠는 목사님을 안으로 모셨다. 그리고 급히 커피를 내려서 대접을 하셨다. 이때에 할머니는 방 안에서 나오시면서 목사님께 정중히 인사를 하시며 목사님 앞에 앉으셨다.


“목사님, 감사합니다. 저의 딸 하늘을 참 사랑해수셨는데, 이렇게 함께 해주시니 너무 감사를 드립니다.”

“어머님, 뭔 그런 말씀을 하셔요. 오히려 제가 따님을 통해서 더욱 하나님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하나님께서 좋은 소식을 주실 듯합니다.”

“목사님, 우리 어머니는 하늘에 계셔요. 어머니는 제게 늘 그렇게 얘기하셨어요.”

“오, 광일형제, 어머니의 믿음을 잘 물려받으셨군요. 그래요 광일이 어머니는 지금도 하늘에서 우리 형제를 보고 계실 겁니다.”


목사님도 광일의 어머니를 만난 후로는 많이 달라지셨다. 보통은 목사님들은 교인들에게 성도라고 부르던가 아니면 장로님, 권사님, 집사님, 그렇게 부르시는데, 이 목사님은 형제, 자매를 잘 사용하셨다. 언제인가 설교 중에 목사님은 이렇게 부르는 이유를 말씀해 주신 적이 있으셨다. 그 예를 성경에서 들어 말씀하셨다. 그 말씀 중에 하나는 이렇다. 마태복음 28장 10절의 말씀이었다.


『두려워하지 말라.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리로 가라고 전하라. 그곳에서 그들이 나를 만날 것이다.』


그러시면서 목사님은 그렇게 교인들을 자주 형제와 자매로 부르셨던 것이었다. 그리고는 또한 말씀하시길, 요한일서 4장 21절의 말씀이었다.


『우리가 하나님에게서 받은 계명은 이것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또한 자기 형제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할머니와 광일이가 목사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에 강인은 전화를 받고 있었다. 지금 아파트에 장의차가 와 있다는 것이었다. 강인은 아들 광일에게 할머니를 모시고 나오라고 하고는 목사님과 함께 현관을 나섰다. 아파트 주차장에는 장의버스가 주차되어 있었다. 강인은 목사님과 함께 장의버스 쪽으로 가셔서 장의업체 직원과 잠시 대화를 나눈 뒤에 광일이와 할머니를 버스 안으로 모셔 함께 승차를 했다.

장의버스는 9시가 조금 넘어서 아파트를 출발하여 서울 시내를 지나서 포천방향으로 달리기 시작을 했다. 평일인지라 차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장의버스가 달리는 동안 할머니는 광일 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강인이는 목사님과 함께 앉아서 무슨 대화를 하시는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창밖을 바라보시는 할머니는 말이 없으셨다. 그래서 광일이도 조용히 할머니 옆에서 창밖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장의버스가 의정부를 지나 포천방향으로 달리고 있을 때에 할머니는 광일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


“광일아, 너의 엄마의 모습이 그대로 있을까?”

“아빠가 그러시던데요. 엄마의 모습은 그대로 있을 거라고 했어요.”

“그럴 거야. 그 고운 모습을 다시 보게 되다니 마음이 설레는구나.”

“할머니도 그래요? 저도 그래요. 엄마의 얼굴을 다시 보게 된다니 가슴이 막 뛰어요.”


그렇게 광일 와 할머니가 대화를 하고 있을 동안에 장의버스는 축석고개를 지나 산길을 따라가고 굽이굽이 있었다. 산길 언덕바지에 넓은 공간에 장의버스는 멈춰 섰다. 그리고 장의업체 직원이 버스에서 내리고는 버스 문을 열어주면서 내리시라고 안내를 하였다. 그리고는 약도를 살피더니 몇 분의 일꾼을 데리고 앞장서서 걸어갔다. 그리고 강인과 목사님이 뒤를 따랐고, 광일은 할머니를 모시고 따라갔다.

고 이하늘의 산소에 도착한 일행은 일꾼들이 주변을 살피고 있을 때에 직원은 강인에게 묘의 개봉에 대한 절차를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는 일꾼들에게 지시를 했다. 그러자 일꾼들은 먼저 비석을 걷어냈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묘지를 파헤치기 시작을 했다. 이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직원과 강인 그리고 목사님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 옆에서는 광일이가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는 지켜보고 있었다.

묘지의 흙들이 하나하나 파헤쳐나가면서 관이 보이기 시작을 했다. 그리고 일꾼들이 조심스럽게 관에 흙을 말끔히 쓸어내고는 관의 뚜껑을 열었다. 관 안에는 광일의 어머니, 이 하늘이 예쁜 모습을 유지한 채로 얌전히 누워있었다. 그리고는 직원이 강인에게 손짓을 하면서 진행하라고 했다. 그러자 목사님의 인도함으로 강인과 할머니 그리고 광일은 찬송을 부르고, 목사님이 성경말씀 한절을 낭독하셨다. 그리고 끝으로 목사님이 기도를 하시고는 개관예배를 마치었다.

일꾼들은 개관예배가 마치자 곧이어 관을 들어내었다. 그리고는 새로 가져온 관으로 고 이 하늘의 시신을 아주 조심스럽게 옮겼다. 그리고 다시 관의 뚜껑을 닫았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던 할머니는 광일의 손을 꼭 잡고는 말없이 눈물을 흘리시고 있었다. 이를 본 강인은 할머니에게 다가와서는 할머니를 힘껏 껴안아주었다.

“어머님, 기뻐하셔요. 하늘이 모습이 하나도 상하지 않고 그대로 있잖아요. 꼭 잠든 것 같아요.”

“하나님께 감사하게 됩니다. 이렇게 고운 모습을 그대로 유지해 주심에 감사의 마음을 가지셔요.”


목사님도 할머니께 다가와서는 그렇게 위로해 주셨다.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시며 그러하겠다고 하시며 옷소매로 눈물을 닦으셨다. 광일이도 끝까지 어머니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쓰윽 닦았다.

일꾼들은 새 관을 조심히 옮겨서는 장의버스에 관을 넣는 곳에 잘 옮겨 밀어 넣었다. 그리고는 다시 개봉된 묘지에 흙들을 원상태로 메우고는 주변에 있는 풀들로 씌어주었다. 그리고는 다시 장의버스는 축석고개를 지나 의정부를 지나서는 파주방향으로 달리기 시작을 했다.


“할머니, 보셨지요? 어머니는 여전히 고운 모습이셨죠?”

“그래, 마치 살아날 것 같더구나.”

“저도 그런 소망을 품었어요.”

“그런 소망이라니........... 뭣을?”

“있잖아요. 나사로가 무덤에서 나올 때를 말에요. 우리 엄마도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요.”

“우리 손자, 광일은 엄마가 많이 그리운가 보구나?”

“네, 제가 이렇게 성인이 되었는데도 그런 마음은 왜 그대로일까요?”

“그렇겠지, 넌 엄마에게 어릴 적부터 극진히 잘했었지. 그 열매일 거야.”

“그 열매요? 열매라니요?”

“엄마가 그러지 않던? 우리는 여기에 잠시 있다가 가는 거라고. 그러니 이 땅에 사는 동안에는 열매를 맺는 거라고 말이다.”

“인생의 열매요?”

“그렇지!”

“난 어떤 열매를 맺을까?”

“넌 이미 열매를 맺었을 거야. 그 열매를 잘 관수해야 해!”

“지금, 하늘에서 엄마가 우릴 보고 계시겠죠?”

“그럼, 네 엄마가 이런 말도 했단다. 하늘나라에는 시간에 구속받지 않는다고 말이다. 그래서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다 볼 수 있단다. 그리고 우리가 속삭이는 말소리까지도 듣게 된다고 하였단다.”

“엄마가요? 그런 말씀을……. 그럼 지금 할머니랑 내가 대화하는 것도 듣겠네요.”

“그럼, 그러나 엄마만이 아니라 천사들도, 사탄도 듣고 있다고 한단다.”

“그래서 말조심하라는 것이었네요.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고 옛사람들이 말했다고 교수가 그러더군요.”

“그러니 사탄이야 안 듣겠니? 그러니 말조심해야 하는 거야. 하지만 우리의 생각은 오직 하나님만이 아시지.”

“맞아요. 예수님도 유대인들의 생각을 아시고 하는 말씀이 있어요. 그럼 중요한 기도는 속으로 해야겠어요. 하나님만 아시라고요.”

“역시 우리 손자야!”


광일 와 할머니가 그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 장의버스는 파주에 있는 DA 평화공원에 도착을 했다. DA 평화공원에는 광일이 할아버지가 계시는 곳이었다. 광일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에 갑자기 몸이 나빠지면서 자주 의식을 잃으시더니 결국에는 세상을 떠나시고 말았던 것이었다. 병원에서는 다른 병은 없으시고 노환으로 돌아가셨다고만 말해주었다. 아마도 강인의 생각에는 사랑하는 딸을 먼저 보낸 것이 마음에 괴로움이 되셔서 그래서 갑자기 쇠약해 지져서 딸 곁으로 가신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강인에게도 마음은 편치 못하였다. 홀어머니와 살아온 강인은 일찍 병환으로 어머니를 세상에서 떠나보내시고는 마음이 외로워 방황하던 중에 사랑하는 아내 하늘이를 만나게 된 것이 얼마나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주었는지 모르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 강인에게는 할머니와 광일을 돌봐야 하는 의무를 아내와 약속을 했기 때문에 모든 것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이려고 애쓰고 있는 것이었다.

장의버스는 공원 안으로 들어가서는 계속 굽이굽이 돌아가면서 언덕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는 광일이 할아버지의 묘지가 있는 근처에 장의버스는 주차를 했다. 그리고 일꾼들이 새 관을 메고 할아버지의 묘지 옆으로 왔다. 할아버지 묘지 옆에는 이미 새 관을 묻을 공간을 파놓아 있었다. 일꾼들은 곧 새 관을 묘지 안에 조심히 내려놓았다.

그러자 직원이 강인에게 다음 절차를 말해주었다. 곧 목사님은 유족들과 함께 간단한 안치예배를 드렸다. 그러자 일꾼들은 흙을 덮으며 잘 다져주었다. 이제는 광일의 엄마도 할아버지도 외롭지 않게 되었다고 직원이 위로의 말을 건네주었다. 강인은 고맙다고 하며 직원에게 악수를 하고는 목사님과 할머니와 광일이는 할아버지 묘지와 하늘의 묘지가 나란히 놓여 있는 모습을 살펴보면서 조금은 안심이 되는 듯이 표정을 지으며 일꾼들과 직원과 함께 장의버스가 있는 곳으로 갔다.

일전에 광일이 할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실 때에 강인은 이북민을 위한 공원묘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리고 할아버지를 모실 묘지를 구매하기 전에 앞을 내다보고는 하늘의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묘지를 넓게 구매를 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광일이 할아버지의 묘지 옆에 광일이 어머니의 묘지를 안장할 수가 있었던 것이었다.

일행을 태운 장의버스는 DA평화공원을 떠나 용산구에 있는 아파트로 돌아갔다. 달리는 장의버스 안에서 광일은 할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할머니, 이제 할아버지도 엄마도 외롭지 않을 거예요. 저도 이젠 함께 찾아뵐 수 있어서 편해졌네요.”

“그렇구나! 이담에 할머니도 저기에 묻으면 이 할머니도 찾아뵐 거지?”

“할머니~ 무슨 말이에요? 할머닌 내 엄마나 마찬가지예요. 다 알아요. 제가 갓난아기일 때부터 저를 돌보아주셨다는 것 말이에요.”

“그러니깐, 할머니지~ 왜 할머니 줄 아니?”

“왜요?”

“할머니란 큰엄마란 소리야~ 너의 엄마의 엄마란 거지.”

“그럼, 엄마라 부를까? 엄마!”

“애야, 네 엄마가 듣고 있다 하잖아~ 섭섭해하시겠다.”

“엄마~ 미안!”


그렇게 장의버스는 용산구 광일의 집에 도착을 했고, 모든 서류를 건네준 직원은 일꾼과 함께 정의버스를 타고 갔다. 그리고 목사님은 간단하게 기도를 해주시고는 교회로 가셨다. 그리고 집안에는 광일이와 아빠와 할머니 그렇게 셋이 남게 되었다. 광일은 거실 창문 쪽으로 가서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아직 푸르렀다. 그렇지만 하늘에 구름들이 붉은 옷을 입기 시작을 하는 것이었다. 광일은 엄마를 바라보듯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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