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맴 할아버지의 동화 편]
무더운 여름은 지나가고 서늘한 가을도 지나가서 쌀쌀한 바람만이 지 세상을 만난 듯 온 동네를 휩쓸고 다니고 있었다. 그토록 찬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데도 어쩐 일인지 느티나무 정자에 맴 할아버지가 외롭게 앉아서 담뱃대를 입에 물었다 뺏다 하면서 마을을 바라보고 계셨다.
이때에 자전거를 몰고 곧장 느티나무 정자로 달려오는 동찬이는 홀로 앉아 계신 맴 할아버지를 발견하고는 속도를 내었다. 그러자 맴 할아버지는 미소를 지으시면서 밝은 표정을 지으셨다.
“맴 할아버지~ 추운 날씨에 거기서 혼자 뭐 하셔요?”
“뭐 하긴 뭐 하니? 네가 오길 기다렸지~”
“절 기다렸어요? 왜요? 이럴 줄 알고 제가 온 거죠.”
“네가 나보다 먼저 와있었으면 용돈을 주려고 했었지~”
“네? 용돈요? 정말요?”
“그럼, 곧 새해가 다가오잖니? 세뱃돈이라도 줄까 했었지.......”
“지금, 제가 세배드릴까요?”
“요놈 봐라~ 돈 냄새를 맡더니만 세배한다고? 설날에 해라!”
“그럼, 그땐 세뱃돈 많이 주실 거죠?”
“허허, 욕심도 많아~ 그러니깐 똥찬이지.”
“왜, 또 똥찬 이예요. 그럼 새해인사 안 할 거예요~”
“알았다. 여기와 앉아~ 요 화롯불이 있어서 따듯하단다.”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해줄 거죠?”
“오늘은 소향이는 안 오니?”
“고향에 갔어요. 방학이잖아요.”
“그렇군. 할 수 없지. 오늘은 늑대와 여우에 대해 말해주마!”
“여우와 늑대 아닌가요? 이솝이야기죠?”
“아니다. 이건 나만 아는 이야기지..........”
「어느 무더운 날에 숲 속에 살던 늑대와 여우가 서로 만났다. 산기슭에 흐르는 시냇물 가에 바위에 앉아 쉬고 있던 늑대에게 여우가 살며시 찾아와 늑대 옆에 앉았다.
“여기서 뭐 하고 있니?”
“응,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늘에서 쉬고 있는 거지. 넌 어쩐 일이니?”
“날도 덥고 하니 어디 여행을 떠나볼까 생각하고 있었지.”
“여행? 혼자서?”
“응, 같이 가지 않을래?”
“같이? 나랑? 좀 궁금해지는데.”
“여행은 모험도 되지만 즐거움이 커!”
“그렇지! 어릴 적 생각이 난다.”
“어릴 적엔 어땠는데?”
“우린 본성이 혼자 있는 것보다는 집단으로 모여 사는 편이지.”
“맞아~ 너희 늑대들은 꼭 몰려다니더라! 그래서?”
“네 말이 맞아~ 우린 개인주의보다는 집단주의에 강하지. 그래야 먹고살거든.”
“우린 달라!”
“그래, 여우들은 개인주의에 강한 편이지. 그래도 가끔은 몰려있던데.........”
“그건 목적이 같을 때만 그래~ 그리고 불편하지. 위험도 하고.......”
“집단주의가 더 안전하지. 우린 그래서 뭉치는 거잖아~”
“그건 그렇고, 어릴 적에 어땠는데?”
“아~ 내 어릴 적에......... 그러니깐 형제가 넷이 있었지. 지금은 서로 다른 지역에 살아~”
“왜? 너희들은 집단주의라면서 따로 살아?”
“그렇게 됐어! 뭐라고 할까? 자립심(自立心)이랄까? 그런 거 아닐까?”
“독립심(獨立心)이겠지~ 내가 보기엔 그런 거 같은데........”
“사실은 서로 나이가 같잖아~ 그러니깐 서로 형이 되겠다는 거였어. 결국은 떨어져 살게 된 거지.”
“그게 바로 독립심이란 거야. 독립이란 공간적으로 영역권이나 소유권을 분리하는 것을 말한다고 봐.”
“그럼 자립심은 뭔데?”
“자립심은 상호 간에 공유하면서 서로의 각자의 의무를 가지려는 것이지. 단군할아버지가 말한 ‘홍익인간’이 그런 거지.”
“뭔 소린지 모르겠다. 넌 어디서 그런 걸 알아온 거야?”
“그게 너랑 나랑 다른 점이야. 집단주의는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지, 개인주의는 스스로 해결해야 하잖아~ 그러니 생각을 많이 하게 되지. 여행도 그런 도움을 주지.”
“그래? 좋아~ 같이 여행을 떠나자!”
늑대와 여우는 같이 여행을 가게 되었다. 흐르는 시냇물을 한 모금 먹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늑대와 여우는 정든 정글을 멀리하고는 언덕을 넘어갔다. 여행을 하면서 먹이사냥도 했다. 아주 높은 산으로 올라가면서 늑대와 여우는 무척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때에 여우가 늑대에게 말했다.
“늑대야, 여기서 쉬었다가 가자!”
“뭐라고? 힘들어? 조금만 가면 산꼭대기인데.........”
“뭘 그리 급하게 올라갈 필요가 있어? 쉬엄쉬엄 가자! 여행을 그렇게 하는 거야.”
늑대는 산꼭대기에서 쉬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여우는 지금 쉬고 싶은 것이었다. 결국 고집이 쌘 늑대는 먼저 올라가고 말았다. 여우는 멀어져 가는 늑대를 바라보면서 산 중턱에 나무그늘에 앉아 쉬고 있었다. 그렇게 늑대와 여우는 만났다 헤어졌다 하면서 여행을 계속했다. 산 정상에 온 늑대는 큰 바위 위에 서서는 산 아래를 바라보며 매우 만족해하였다. 마치 늑대는 자신이 이 산을 장악한 왕이 된 쾌감을 즐기면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다시 만난 늑대와 여우는 산 아래로 내려가면서 시냇물을 건너고, 절벽을 기어오르며, 땀을 뻘뻘 흐리면서 산을 넘고 넘어 넓은 강을 만났다. 그때에 늑대는 강을 보자 소리쳤다.
“와~ 먹을 물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그리고는 흐르는 강가에 다가와 물을 마시려고 했다. 그때에 슬그머니 악어가 다가왔다. 그리고 두 눈만 내놓고는 껌뻑껌뻑 거렸다. 그러자 여우가 늑대에게 바싹 다가와 말했다.
“조심해! 저기 보이니? 구슬 두 개가 물 위에 보이지?”
“저게 뭔데? 물고기는 아닌 듯한데.........”
“저건 악어의 눈이야~ 지금 우릴 지켜보고 있는 거야.”
“뭐? 악어라고?”
늑대는 물을 마시려다가 펄쩍 놀라 뒤로 껑충 물러섰다. 마침 악어가 쏜살같이 다가왔던 것이었다. 제대로 물도 못 마시고는 늑대는 여우와 함께 숲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늑대가 바위에 올라가자 여우가 손짓을 했다. 빨리 내려오라고 말이다.
“왜? 여기서 잠시 쉴까 하는데........”
“뒤를 봐! 뒤를 보라고~ 구렁이가 널 보고 있어.”
“뭐? 구렁이?”
늑대는 뒤를 돌아보았다. 바위 옆에 나무 위에서 스르르 내려오고 있는 커다란 구렁이를 늑대는 보았다. 다급히 바위에서 내려온 늑대는 이렇게 커다란 뱀이 있는 줄을 몰랐던 것이었다. 그렇게 늑대와 여우는 하루 밤, 이틀 밤, 밤에는 자고 낮에는 여행을 떠나고 그러했다. 다행스럽게도 늑대와 여우의 식성은 비슷했다. 그래서 토끼나 다람쥐 그리고 꿩과 물고기 등을 먹으며 다양한 숲을 구경을 했다. 그러나 늑대는 여우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 덕분에 새로운 숲을 구경할 수 있었다만, 역시 내겐 바위가 많고 높은 산이 좋아!”
“나도 그래, 하지만 아기자기한 숲이 더 좋아. 숨바꼭질하기 좋은 굴도 많고, 흙이 부드러운 것이 좋아.”
“하여간 너랑 여행은 답답하긴 했지만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어서 고맙다.”
“나도 그래, 너랑 같이 다니니깐 든든했어. 좀 무식하긴 했어도 큰 사고 없이 안전하게 여행을 하게 되었어. 고마워!”
그렇게 늑대와 여우는 여러 날을 여행을 하면서 자기들의 영역을 넓혀갈 수가 있었던 것이었다. 늑대는 커다란 바위 위에 앉아서 해지는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우는 바위 아래에 아늑한 보금자리를 마련하고는 어두워져 가는 숲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떠냐? 늑대와 여우에 대해 이해가 되냐?”
“네, 재밌어요. 동물도 자기들의 성격이 있네요?”
“그럼, 왜 동물들을 하나님이 먼저 만들었겠니? 다 인간을 위한 것이지. 즉 자연은 교과서인 셈이지.”
“네? 자연이 교과서라고요?”
“그럼 하나님의 교과서인 것이지. 하나님이 아담에게 뭐라고 했니?”
“다스리고 번성하라고 했지요.”
“그래, 우리 똥찬! 잘 알고 있군. 그 뜻이 뭔지 알겠니?”
“글쎄요?”
“하나님은 자연을 통해 영광을 받으시지만, 인간과 함께 그 영광을 누리시길 원하신 거지.”
“영광이라뇨? 인간이 한 게 뭐 있다고........”
“아니지, 하나님이 홀로 영광을 누리려고 천지를 창조한 줄로 아니? 아니란다. 사람을 위해 천지를 창조한 거지.”
“그래요? 우리 인간을 위해서 천지를 창조하신 거예요?”
“그럼, 그렇단다. 하나님이 뭐가 부족해서 천지를 창조하시고 영광을 받고자 했겠니?”
“그래서 늑대와 여우를 각각 특성 있게 창조하신 거예요?”
“그렇단다. 인지능력이 있는 인간을 창조하셔서 그들과 더불어 창조세계에 대해 말씀을 나누시기를 원하셨지.”
“그럼 선악의 나무는 왜 만드셨어요? 그것만 없었어도 에덴에서 편하게 살 수 있었는데........”
“그런 나중에 이야기해 주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네, 다음엔 친구들도 많이 데리고 올게요!”
“그래, 그래. 고맙다.”
동찬이는 맴 할아버지와 화롯불을 쬐면서 앙상한 느티나무 아래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