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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과 하강을 오가는 마음에게

[일상 생각 04] 비의 순환을 닮은 너.

by Pabe
주르륵..?


우는 행위는 여러 감정 중 하나. 말로써는 내뱉지 못하는 감정이 구름처럼 모였다가 비로 내린다. 감정은 생크림의 풍성함보다도 크고 고요한 바다였다가 폭풍과 함께 거칠게 일렁거려, 마음이라는 이름의 기상이변은 맞추기 어렵다. 복잡하고 번잡스러운데 눈물이 흐르는 소리를 언어로 표현해낼 수 있을까. 눈물이 나는 상황은 너무나도 많다. 하품을 해서, 기뻐서, 보고 싶어서, 헤어져서, 슬퍼서. 여기에 그럴만한 상황이 제시되면 더 다양해진다.


'운다'는 것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경우가 더 많다. 그것이 나 자신이라고 할 지라도 채찍질을 한다. 우는 행위로 넘어가기도 전에 나 스스로 가지는 마음에 대해서는 더 가혹하다. 외부로부터 받은 감각들이 나를 불편하고 어색하게 만든다면 외부의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나 스스로 확립하다가도 기준을 외부로 옮기고 만다. 그 중심에는 내가 아닌 밖이 있다. 감정에 거울이라도 달아놓은 듯, 밖의 것을 투영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기준에 맞추려 애를 쓴다. 분명한 것은 나 스스로의 노력이 들어가는 하나의 과정이지만 어느 순간 애쓰는 '나'보다 얼마만큼 받아들였는지에 대한 '정도'에 조명이 비친다.


선호하는 신호

혼자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세상에는 참고할 만한 정보를 정리하여 보여주는 매체들이 다양하다. 다른 사람들의 유사한 경험. 흔히 썰에 대한 이야기를 보거나, 위안과 조언 등 의지를 다지게 해주는 내용의 책, 동영상 등을 열심히 찾아본다. 보고 느껴며 알맞은 기준선을 찾아 정제된 길로 걸어가려 노력한다.


가끔은, 아주 가끔은 이 일련의 행동들이 안쓰럽다. 많은 매체가 유사한 장르의 이야기들을 소개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예전에 SNS에서 본 누군가의 글이 생각난다. 요새 책방에 가면 책 표지 그림 속 사람 일러스트가 이불속에 있거나 누워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 인기 있는 스타일이나 트렌드를 따라간 형태일 수 있겠지만 그 인기가 어디서 왔는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아, 우리 모두가 힘들어하는구나.'


타인이 가지는 불안한 감정을 통해 안도감이나 위안을 갖는다는 게 아니다. 그 책을 읽는 사람 모두는 위로받고 이해받고 싶다. 그래서 괜찮다고 이야기해주기 위해 세상에 나온 책들이 아닐까.

저마다의 사정 속에서 담금질하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누구나 이야기하는 어른이니까, 누구나 기억하는 평소의 얼굴을 하고 속으로는 앓음을 켜켜이 쌓아가고 있다. 겉으로는 애써 괜찮다고 이야기하지만 우리가 관심 갖는 것들이 대신 대변해주고 있다.


인간의 몸은 자신을 속일 수 없고 남은 더욱 속일 수 없다. 내가 입을 닫으면 몸은 몸짓으로 표현한다. 행동은 결국 나를 위해서 뿜어져 나온다. 닫고, 숨기고, 끌어안고 있는 것. 그건 너무 무겁고 버거우니까, 내 몸은 나를 너무 사랑하기에 나를 대신해서 밖으로 티를 낸다.


감량의 과정
ⓒ유오 호시보 <감량 중인 구름>

마음은 구름을 닮았다.

끙끙거리며 무겁게 가지고 있던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울고 화내는 등 그 무게를 조금씩 내려놓고 나면 고요함이 찾아온다. 구름은 언젠가 비가 되어 지상으로 낙하한다. 그리고 비는 마음에 스며 그간 울퉁불퉁했던 단면을 다진다. 이처럼 늘 한결같을 것 같은 것에도 전제되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무척 고되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쓰디쓴 약을 먹으면 달달한 사탕이 오는 것처럼. 그러니 운다는 것에 인색해지지 말자.


괜찮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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