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속도를 닮고 싶은 인간

[메모장 생각]

by Pabe
4.jpg [그림-Pabe]


삶은 점점 빨리 변해간다. *붉은 여왕 가설을 닮은 삶은 인간의 최종목표는 빛의 속도를 내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배운 걸 써먹으려고 사회에 나오니 그건 이미 너무 옛날 것이 된다.

“OO 씨, 이거 학교에서 안 배웠어?”

‘배웠겠습니까? 배운 거 쓰려고 나왔지, 이제 막 나온 기술을 쓸 수 있냐고요? 알 만한 분이 이러시나.'

이런 지루한 레퍼토리도 늘 반복된다. 인간의 삶에 가장 큰 아이러니는 미리 경험한 세대의 말이 다음 세대에게 전달되는 건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다. 세상은 낯설게 변하고 사람 수만큼의 역사가 새로 쓰이며 직접 데이는 경험 끝에 각자만의 결론만이 내려진다.


지금도 스스로 질문하며 답을 써 내려갈 수 없는 질문이 있다. 인간은 어디로 향하는가? 사람이 먹고살려고 일하고 그 속에서 나름 소소한 기쁨을 위한 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이라는 작은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이고 그것보다 큰 단위에서 인류가 가려는 방향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가득하다. 문명의 발전은 지금에 이르러 편안하고 안락함을 안겨주었다. 이렇게 말하면 내 삶이 지금 팍팍하고 숨 쉴틈이 없는데 무슨 말을 한 싶겠지만 상대적 가치로 이전의 역사에는 사람에는 서열이 있었고 질병과 침략이 많았던 과거와 비교하자면 많이 평온해진 인류다. 물론 현재는 현재 나름의 끊임없이 문제들을 마주하고 있지만.


이 다음은 무엇을 위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누가 설명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현 인류님, 우리가 가려는 방향은 이쪽입니다. 이 방향으로 가려하는 이유와 기대효과는 ….”

좌우로 향했던 인류가 상하로 이동의 방향키를 바꾸고 나서 그 모든 궁금증이 끝나면 다음 목표는 무엇이 될까. 몰랐던 모든 걸 알게 되면 어떤 감정이 인류를 맞이할까? 모든 걸 정복했다는 쾌감? 상대적 능력치에 대한 자부심? 혹은 허무함? 애써 포장된 역사서에서 전 인류의 노력의 결과로 얻은 결과에만 주목하고 열거되려나.


인간은 수세기에 걸쳐 이전에 상상했던 것들을 실현시키며 발전된 안정적인 삶의 형태를 구축했다. 이 다음에 어떤 것을 얻을까? 얻으려는 것이 사실 더하거나 뺄 것 없이 온전한 지금의 영역에서 벗어나는 행동은 아닐까. 그때에 도달해서는 어떤 답을 내리겠지만 나는 방향성과 기대효과를 모르겠다. 한 가지 알 수 있는 건 과거의 사람들도 나처럼 의문들을 쏟아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저 충실히 이곳에 존재하기 위하여 부단히 애를 쓰기 위해 혁신과 발전이 끊임없이 요구되는 것은 알겠지만 우리의 삶 전체가 송두리째 정신을 빼앗긴 것 같은 기묘함은 지울 수가 없다.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 건가. 개인인가, 인류의 발전인가. 기계의 성능을 스펙이라 부르다 어느 순간 기계처럼 일하라고 하는 것인지 사람에게도 스펙이라는 단어를 결합시켰다. 그 기묘함이란 이것과 비슷한 인상을 준다.

“저 사람, 고스펙이잖아. 자격증만 몇 개인지 게다가 경력도 장난 없어.”

지금에서야 관련 없는 능력치가 이력서에 있으면 한 톨의 관심도 주지 않지만 스펙을 아예 무시하지도 않는다. 인간의 성장에 대한 노력의 끝은 어디로 향하는 걸까.






*붉은 여왕 가설: 계속해서 발전(진화)하는 경쟁 상대에 맞서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발전(진화) 하지 못하는 주체는 결국 도태된다는 가설, 루이스 캐럴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편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붉은 여왕과 앨리스가 함께 나무 아래에서 계속 달리는 장면이 나온다.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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