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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의 마지막 하루, 20살의 첫 하루

[일상 생각 06] 정의 내리는 나, 어른은 어느 지점에 있나

by Pabe

정돈된 형태는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삶 자체가 너무 복잡하게 엉켜져서일까? 그래서 사람들이 단순하며 군더더기 없는 형태의 것에 매료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19살의 마지막 하루를 보내고 20살의 첫 하루를 맞이했다.

별로 변한 것은 없었는데 인터넷을 보니 20살이 된 글쓴이가 친구들과 술집을 가서 처음으로 술을 시켜 먹어봤다는 귀여운 이야기처럼 새해가 해봤던 경험담 이야기들을 보면 재미있었다.


이들과는 다르게 나의 첫 20살은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19살의 마지막 날과 20살의 첫 하루가 무슨 큰 차이가 있는 걸까.

나이만 어른이 된 나를 진정으로 어른이 되었다고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았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배우며 학생 다움을 강조했던 환경에 있다가 그 모든 규칙이 단 하루 만에 없어진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안도감·안정감 따위를 바란 것은 아니었으나 혼란을 바라지도 않았다. 이 의문 때문인지 마침표를 찍는 고등학교 졸업식에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다른 애들을 보면 상기된 표정과 행복감을 가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전과 달리 다양한 것을 할 수 있게 되어서 일 수도 있으며, 치열하게 공부해서 가게 된 대학교에 관한 것일 거라 막연하게 생각하며 졸업식 날의 공기와 분위기를 구경할 뿐이었다.


'어제는 고등학생이었는데 어른이라고?'

나는 어디에 속하는 걸까. 나는 아직 학생일까 어른일까. 어른이라고 부르기엔 부족하고 어린 티가 많이 남았으며 학생이라고 하기에 사회에서는 어른이었다.

어린 나의 상상 속 어른은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어 담담하며 우직하고 모든 것에 만능이어서 여유가 묻어나는 사람이었다. 근데 그렇게 생각해왔던 어른 비스무리한 것이 되어 있었다. 어쩌면 나는 사춘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게 아닌지, 나의 봄 시계는 남들보다 더디게 흐르는 것일까 혹은 멈춰있는 것일까. 하루하루가 의문투성이 속이었고 풀리지 않는 난제와 함께 하루를 보냈다.


이 질문의 답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대학에 들어갔다. 어린 마음에 가졌던 로망으로 과잠을 입고 스포츠처럼 페어플레이를 하는 멋진 팀을 만나게 될 생각에 너무 기뻤다. 어쩌면 이곳이 나를 답으로 안내해줄지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내가 간과했던 점이라면 내가 어린 나이었던 것처럼 다들 나와 같이 어린 나이였으며 한 두 살 차이가 그렇게 크다고 느껴지지 않을 때도 있었다. 내 위치와 어른에 대해 힌트를 줄 것이 이곳에는 없었다.

질문에 답을 쓰기도 전에 무뎌져 버렸다. 대학생활에 빠져 바쁘지만 알찬 4년이 지나쳐갔다. 그 사이 질문은 변형하여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학을 졸업한 나와 사회인 사이의 나.

진정한 의미에서 어른은 돈을 버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 사회인이 되기 전 그 공백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다. 졸업장을 받았기에 더 이상 대학생은 아니었고 취직하여 일을 다니는 것도 아니였기에 사회 속 한 명의 직장인도 아니었다. 갓 20살이 되던 때의 나의 모습과 다를 것 없이 또, 하루라는 시간이 지나고 마주하게 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생각을 오래 붙잡고 있을 수 없었다.

'그럴 나이가 되었기에.'

남들이 말하기도 했지만 나 스스로도 돈을 버는 직장인이 되어야 할 나이가 되었다 생각했다. 내 나름에 준비를 거치고 시간이 흘러 돈을 버는 직장인이 되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이라 단순 명료하게 답을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입장과 입장 사이의 나 그리고 진정한 어른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내리지 못하고 있다. 아니, 내릴 수 있을까. 앞으로도 내게 있을 입장과 위치 속에 계속 휘청거리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입장으로 넘어가는 시기는 어이없게도 하루 만에 바뀌더라. 그래서 어른은 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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