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심리.
보복 소비.
충동 소비를 설명해주는 경제심리학 용어들이다.
이 단어를 들으면 나는
“아, 맞아 그래서 내가 샀어’”
후회나 반성보다는
되레 이유와 정당성을 갖게 된다.
지금 절약을 마음 먹고 나서
그동안 소비를 뒤늦게 후회하고 있지만,
그 때의 나는 그럴 듯한 이유를 만들고 있었다.
피터 래빗 이야기를 아는가?
대부분은 책보다
푸른 재킷을 입은 토끼 그림이 더 익숙할 것이다.
피터의 집 근처에는
맥그래거 아저씨 정원이 있었다.
엄마 토끼는 늘 말했다.
“그 정원에는 절대 가지 마라. 아주 무서운 아저씨가 산단다. “
하지만 피터는 그 말을 무시하고,
울타리를 넘고,
몰래 당근을 먹다가 아저씨에게 들켜
죽을 위기에 놓인다.
혼비백산 도망치던 피터는
입고 있던 재킷까지 잃어버린 채,
겨우 집에 돌아온다.
그날 저녁.
피터는 배탈이 나 누워있고,
엄마 토끼는 카모마일 한 잔을 내준다.
다른 형제들은 아무 일도 없던 듯 따뜻한 저녁 식사를 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끝난다.
말을 안 들었던 피터.
절약을 뒤로 한 나.
하지만 피터도, 나도
어린 마음에,
듣고 싶은 말만 들리고
머릿속에선 전달자의 의도가
내 방식대로 해석되곤 했다.
피터는 엄마 토끼의 말을 안 들어서,
엄마 토끼가 만들어 준 재킷을 잃었다.
나는 절약하라는 말을 안 들어서,
그 사이
억 단위로 돈을 모은 사람들이 내 주위에 생겨났다.
동갑내기,
친한 동생,
직장 후배.
한 사람씩 재정적 여유를 갖기 시작했다.
사회인으로서,
뒤늦은 위기감이 찾아왔다.
피터도 정원에서 당근을 잔뜩 먹었지만,
결국 배탈이 났다.
아마도 그 후
형제들이 정원에 가려고 하면
엄마 토끼보다 먼저 형제들을 말리게 될 거다.
그리고 지금의 나도 그렇다.
30대가 가까워지면
성실히 절약한 사람이 앞서간다 말이다.
안 그럼, 나처럼 후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