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인 눈이 없다면 마법도 없다.

by 제이제이

강원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는, 겨울이면 항상 집 앞에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다.

눈싸움을 하거나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 장갑을 끼고 밖으로 나오는 아이들의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었다.

눈이 내린 날이면, 골목길마다 각기 다른 크기의 눈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나도 어릴 적 눈사람을 만들어 본 기억을 더듬어 보면,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렸었다.

주먹만 한 눈덩이를 뭉치는 건 쉽지만, 더 큰 눈덩이를 만들기 시작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쌓인 눈이 부족하거나, 이미 많은 사람이 밟고 지나간 탓에 흙이 섞여버린 눈덩이가 되기 일쑤였다.

그래서 길을 걷다가 사람 키만 한 눈사람을 보면, 감탄하며 한참을 바라보다가 지나치곤 했다.

눈이 자주 내리는 강원도에서도 사람 크기의 눈사람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겨울,

기록적인 폭설이 내려 눈이 종아리를 덮을 만큼, 대략 30cm가량 쌓였다.

그 날 나는 생애 처음으로 사람만 한 눈사람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저 팔에 눈을 가득 안아 굴리기 시작했을 뿐인데,

학교 운동장을 몇 바퀴 돌자 어느새 내 키만 한 눈덩이가 되어 있었다.

눈사람 하나를 만드는 데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성인이 되고 나는 강원도를 벗어났다.

다양한 지역 출신 사람들을 만나면서, 대구에는 눈이 잘 쌓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곳 사람들은 눈놀이는 남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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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리의 마법, 영어로는 ‘스노우볼(snowball)’이라고 부른다.

자산을 투자하는 기간이 길면 길 수록 눈덩이가 굴러가듯이 자산이 점점 커진다는 이야기다.

눈사람을 크게 만들기 위해서

쌓인 눈이 많아야 하듯이,

복리의 마법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는 꾸준히 저축, 적립식 투자로 자산을 차곡차곡 쌓아가야 한다.

그래야만 그 마법을 더 빨리,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만약 단 한 번의 자산 투자로 복리의 마법을 누리려 한다면,

그것은 마치 눈이 거의 내리지 않는 대구에서 사람만 한 눈사람을 만들겠다는 것과 같다.

눈이 쌓여야 눈사람이 만들어지듯, 자산이 쌓여야 복리도 힘을 발휘한다.


그러니 조급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의 저축, 이번 달의 투자, 그리고 내년에도 이어질 그 꾸준함이야말로 복리의 마법을 가능하게 하는 눈이다.

당장은 눈사람이 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절약을 하고 있다면 눈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당신 앞에도 사람만 한 눈사람처럼 단단히 쌓인 자산이 나타날 것이다.

마법은 그렇게, 매일 조금씩 눈을 뿌리는 사람에게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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