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에 숙소를 잡아두고 당일치기로 할슈타트를 다녀왔다. 딱 1박을 했었기 때문에 빈은 전혀 구경하지 못했다. 빈에서 얻은 기억은 단 하나뿐이다.
기차역에서 내려 숙소에 체크인을 했다. 이미 밤에 가까워 식당은 대부분 닫았을 시간이었고, 우리도 피곤해서 거한 저녁을 먹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역 앞 핏제리아에 갔다. 피자를 포장해 와서 다같이 먹을 요량이었다. 그런데 핏제리아에서 혼자 일하던 젊은 남자 직원이 그토록 친절할 수가 없었다. 독일을 여행하는 동안, 히드로 공항에서만큼 노골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은근한 인종차별적 분위기를 느껴온 터라 더욱 다정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는 시종일관 웃으면서 우리를 대했고 본인이 가지고 있던 포도를 먹어보라며 두어 알씩 나눠주기도 했다. 숙소로 돌아와 다같이 맥주 한 캔과 피자 한 조각씩으로 소박하게 저녁을 먹었는데, 이 이야기를 해주자 동행하지 않았던 일행들도 같이 다녀올 걸 그랬다며 아쉬워했다.
지금 생각하면 아쉽기는 하다. 벨베데레 궁전과 클림트, 모차르트 등 관광지도 문화유산도 풍부한 도시인데 당시에는 빈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나중에 <어느 날 서점 주인이 되었습니다>라는 책을 읽고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차이, 빈이라는 도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면서 간접적인 흥미와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 다시 독일어권 국가를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빈과 함부르크에 가 보고 싶다. 비엔나 커피도 마셔야지.
할슈타트는 여행 계획을 짤 때부터 꼭 가자며 점찍어 놓은 도시였다. 엽서처럼 아름다운 풍광 때문이었다.
소금 광산과 동화 같은 풍경으로 알려진 할슈타트는 듣던 대로(혹은 사진대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배를 타고 들어가면서 유럽의 동화 마을에 들어온 기분에 내내 감탄했다.
막상 배에서 내려 땅에 발을 디디니 할 일은 없었다. 예약해 둔 배와 기차 시간에 맞추어야 했기 때문에 그저 산책을 하고 점심을 한 끼 먹었던 것 같다. 당시에는 멋진 풍경 외에 아무 것도 없었으니 심심해했던 기억도 있으나, 자연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것만으로도 먼 길을 올 가치는 충분했다.
그렇지만 어쩌면 혈기왕성한 20대 시절보다 지금쯤, 아니면 조금 더 나이를 먹은 후에 가는 것이 좀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색다르고 신기한 체험보다는 그저 깨끗하고 마음을 평안하게 해 주는 자연 풍경만을 바라는 찌든 사회인이 되어버렸다. 마음이 탁 트이는 고요한 자연에서 괜찮은 음식에 음료 한 잔이면 거기에 뭘 더 바랄 게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