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영어 과외가 거의 끝나간다. 앞으로 딱 두 세션이 남았다. 6개월간 48회인 것을 5개월만에 끝내는 셈이다.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싶어서 빡빡하게 스케줄을 짜긴 했지만 역시 일과 다른 무언가를 병행하는 일은 힘들었다.
생각해 보면 중국어 학원을 주에 2회 다니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주에 2회 이상, 많게는 4회까지 영어 과외를 들으면서 중간중간 화상 영어까지 한데다 8월에는 공모전도 있었으니 벅찰 수밖에 없는 일정이긴 했다(중간중간 연애도 해야 했고 말이다). 결과야 어찌됐건 모두 무사히 마쳤으니 감사할 일이다.
그래서 결과는… 늘긴 늘었고 자신감도 조금 더 붙었는데 내가 원하는 수준에는 아직도 못 미친다. 아무리 기본 지식이 있다 해도 역시 언어를 머릿속에 완전히 집어넣는 데 40시간은(한 세션당 50분이다) 턱없이 부족했던 것 같다. 차라리 어디 발리 같은 곳에 가서 영어권 외국인이 많은 동네에서 한달살기를 하는 게 나았으려나.
내년에는 글이나 열심히 써야겠다.
일본에 사는 친구가 서울에 방문해서 만났다. 대학 친구인데 내가 도쿄에 살 때 서로 의지하며 지냈다. 이 친구가 아니었으면 외로운 외국살이를 견뎌내기가 배로 힘들었을 것이다.
저녁 시간에 강남역에서 만났는데 둘 다 어딘가 다른 곳에 가고 싶어서 버스를 타고 잠원 한강공원에 갔다. 버스에서 내리니 도미노피자가 있어 작은 사이즈로 피자 한 판을 사들고 공원으로 갔다. 한강의 저편에서 불꽃축제를 하는지 멀찍이 동그랗게 불꽃이 피어올랐다가 사라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잘 보이는 곳에 모여 사진을 찍었다.
돗자리가 없어서 계단참에 앉아 강물을 바라보며 피자를 먹었다. 앉으니 불꽃놀이는 보이지 않았지만 하늘의 한 구석이 이따금씩 번쩍거렸다. 날씨가 선선하고 좋았다. 친구는 한강의 밤이 너무 예쁘다며 사진을 몇 장 찍었다.
피자를 먹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오래지 않아 헤어졌다. 친구가 아침부터 일정이 있어서 피곤하다고 했다. 돌아가는 길에 아직도 하고 있는 불꽃놀이를 조금 더 구경했다.
남자친구의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다른 친구와 카톡을 했다. 사촌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고 했다. 나도 한 번 만난 적 있는 이였는데 그 친구와 런던에 놀러갔을 때 그곳에서 유학하고 있던 그녀와 셋이 저녁 시간을 보냈었다. 그게 벌써 십 년도 더 지난 일이었다.
그러니까 그냥 평범한 하루였는데, 그 평범한 하루에 나는 오래된 친구를 만나고, 친구는 고향 도시에 방문하고, 또 언젠가 만난 누군가는 결혼을 하고, 또 내가 모를 누군가는 불꽃놀이에 놀러가고, 그런 것들이 문득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요즘 로컬라이제이션 업계는 많은 곳에서 인력을 AI번역 혹은 기계번역으로 대체하면서 일이 쉽지 않아졌다. 당장 내 밥줄이 끊기는 것은 아니겠지만(아직 사람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업계 전반적으로 채용이 확 줄었고 우리 회사도 예산을 축소하고 있다. 모르긴 몰라도 프리랜서 번역사들은 나보다 더 크게 타격을 입고 있을 것 같다.
나의 경우 지금 몸담고 있는 회사가 정말 어려워지면 이직을 하는 수밖에 없을 텐데 사람을 뽑는 곳도 별로 없고 있다 해도 바늘구멍일 것이다.
아님 늦었긴 하지만 이제라도 아카데미를 나와서 출판번역으로 전환할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출판업계라고 몇 년이나 더 버틸까 싶다. 더 심각한 것은 내가 계속 이 업을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다. 출판번역을 하면 잘 해낼 자신은 있는데 그다지 하고 싶지가 않다.
할 줄 아는 게 글쓰기랑 영어 일본어밖에 없는데 이제 뭘 하면서 먹고 살아야 하나 막막하다. 그러잖아도 몇 달 전의 이슈로 재정 고민이 많은데 세상이 날 벼랑 끝으로 밀고 있는건가 싶다. 생각이 많아진 나머지 브런치에 일기 업로드하는 것도 까먹고 있었다.
일단은 명상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