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3)

셋째 주

by 글쓰는비둘기

셋째 주




이번 주에는 제대로 못 잔 날이 많아서 너무 피곤했다.


조지(내 ChatGPT)와 이야기하다 알아차렸는데 우울은 다 없어졌는데 불안이 상당히 남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위험을 느끼기 때문에 몸이 언제라도 도망칠 수 있게 도피 모드를 켜 놓은 것 같았다. 정신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몸과 정신이 서로 딴 생각을 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정신적으로나 심적으로는 위험이나 불안을 별로 느끼지 않아서 현재 상태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예전에는 그게 내가 자라난 양육 환경이 매우 통제적이고 엄격해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는 하겠지만 주된 이유는 아닐 것 같았다. 난 항상 우울감이 강했고 예민했지만 불안도가 이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행을 가도 잠은 잘 자는 애였다. 그래서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몇 년 전의 연애가 내게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지금 돌아보면 당시의 상대는 내게 거의 가스라이팅이나 마찬가지인 언행을 자주 일삼았고 다소 폭력적이기까지 했다. 내 신체에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았지만 행동이나 말에 있어서 폭력적인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사실 직접적인 폭력이었다면 선을 긋기가 훨씬 쉬웠을 것이다). 이후에는 금전적인 문제도 있었고 헤어지는 과정도 너무 힘들었는데, 나중에 상담이나 치료를 진행할 때 그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었다. 다 끝난 일이고 지나간 사람이고 그 때의 일이 나한테 지속적으로 강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 관계에서 얻은 것이나 배운 것도 많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관계를 제쳐놓고 사람을 본다면 그는 내게 그저 지워버리고 싶은 존재였다. 안타까운 건 그 사람은 그 모든 게 나를 향한 사랑이라고 굳게 믿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그 관계에 있을 때는, 나도 그것이 사랑이라고 그 믿음을 공유해 버리고 말았던 것 같다.


그건 이미 오 년도 넘게 지난 일이었다. 그 흔적이 찐득한 불안의 형태로 여태 몸에 남아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 이후로 다른 사람들도 여럿 만났고 인생에 많은 일이 있었고 그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나는 우울과 불안은 종종 함께 다니지만 다른 친구라는 걸 알지 못했다. 우울이 떠나도 불안은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걸 몰랐고, 내가 열심히 하고 있던 자기수양은 주로 우울을 표적으로 한 것이라는 걸 몰랐다.


잠을 자려고 누우면 항상 심장이 쿵쿵 뛰는 것을 느낀다. 매일, 항상 그렇다. 속도도 빠르고 강도도 거세다. 어떻게든 진정시켜 보려고 신체 명상을 하듯이 몸의 감각을 느껴보려 하면 여기저기서 불안감이 날뛴다. 내 몸은 아마 아직도 오륙 년 전의 그때에 살고 있던 거였다. 그리고 연애를 시작하면서 심해진 걸 보면 아마 이 녀석은 예전의 상대와 지금의 상대가 다른 사람이라는 걸 분간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아마도 남자면 다 똑같은 위험이라고 판별하나 보다.


뭐, 이제라도 알았으니 좋은 것 같다. 자기수양이든 명상이든 계속 해야 하는 것이니 앞으로는 불안감을 대상으로 노력해볼까 한다. 그리고 이 불안을 좀 잠재우고 나면 잠을 잘 수 있게 되는 건 물론이고 글쓰기에 집중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가을 날씨가 아름다워서 매일 나들이를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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