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

둘째 주

by 글쓰는비둘기

둘째 주




금요일


이번 주는 잠을 제대로 못 잔 날이 이틀 정도 있었다. 재택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정 힘들면 중간중간 낮잠을 자자고 생각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요행히 일할 때는 각성이 되어서인지 잠이 몰려온 적은 거의 없었다.


우울증도 이제 다 없어졌는데(이제 더 이상 우울한 사람이 아니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교감신경이 한 번 활성화되고 나면 원래대로 돌아오기 어려운 걸까?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나는 어디서나 머리만 붙이면 쿨쿨 자는 사람이었는데.

그렇지만 잘 자는 날도 꽤 늘어났으니 감사해야 할 일이다.


요즘엔 명상 책, 미니멀리즘 책과 더불어 ’샬롯의 거미줄‘ 원서를 읽고 있다. 사실 영어 동화는 Apple 도서 앱에 있는 것이 아니면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아주 사랑스럽다. 내용도 좋지만 동화에는 문화의 정수가 압축되어 있어서 언어 학습자로서 배울 점이 많다. 샬롯의 거미줄은 ‘행복한 왕자’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고전 동화에 비하면 비교적 최근 것이지만(1950년대 작품이다) 괜히 뉴베리 상을 받은 작품이 아니구나 싶었다.


거미인 샬롯처럼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토요일


집의 구조와 인테리어를 바꾸고 싶어진 바람에 요사이엔 인테리어 유튜브를 엄청나게 보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미니멀리즘 콘텐츠를 볼 때는 의도적인 소비를 하라는 이야기를 줄곧 들었는데 인테리어 콘텐츠를 보니 어떤 물건을 어디에 놓을지, 어느 가구를 어디에 배치할지에 대해서도 의도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또 듣는다. 별 생각 없이 놓아서는 안 된다고, 모든 선택에 의도가 있어야 내가 원하는 공간을 정확히 구성하고 아름다운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내 인생에 꾸준히 등장하는 키워드가 ‘의도적(Intentional)’인 것 같다. 시간을 그냥 흘려 보내지 말고 또 생각 없이 살지 말고 의도적으로 살라는 우주의 메시지인 걸까. 허허.



일요일


영어 과외를 듣기 전까지 제법 꾸준히 다니던 영어회화 모임에서 만난 친구들과 청첩장 모임을 가졌다.


나는 인간관계가 좁은 사람이고 회사도 소규모다 보니 청첩장이라는 것을 아주 오랜만에 받아보았다. 게다가 한 그룹에서 두 사람이 한 달의 텀을 두고 결혼식을 올리게 되어서 한 번에 두 장이나 받게 되었다. 이런 경험도 처음이고, 또 이처럼 느슨한 관계의 누군가에게 결혼식 초대를 받는 것도 처음이었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결혼식에 참석할 의향이 기꺼이 있었지만 다른 한 사람은 함께 어울린 시간이 내 기준에 상당히 적었던 터라 결혼 소식을 들을 때부터 조금 고민이 되었다.


결혼식 초대 문제와 축의금 문제로 인간 관계의 트러블이 빚어지는 에피소드는 적잖이 들어보았지만 내겐 모두 남의 일이었다. 그동안 내 친구들은 모두 최소 십 년 이상을 쌓아온 이들이었기 때문에 결혼식의 참석 여부나 축의금 문제는 고민할 거리조차 아니었다. 그리고 사실은 결혼을 하지 않은 이들이 과반이어서 누군가 결혼한다 하면 반갑고 신나는 이벤트에 가까웠다.


그래서 일단 첫째로는 영어 모임에서 사귄 사람들의 그룹에 나 같은 찐따(?)가 끼어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또 둘째로 누군가의 결혼식에 참석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게 되는 상황 자체가 새로웠다. 장류진 작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에 실린 결혼식 관련 소설(제목을 까먹었다)이 생각나기도 했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룹의 사람들 중 누구와 오래가는 인연이 될지는 모른다. 아무와도 오래가는 인연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 혹은 그룹의 모두와 이렇게 느슨한 상태로 엄청나게 오래가는 인연이 될 수도 있다. 사람 인연이라는 것은 참 희한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오래가는 인연이 되는 것도, 그가 나를 좋아한다고 오래가는 인연이 되는 것도 아니다. 연인이든 친구든 뭐가 되었든 인연은 그냥 하늘이 점지해 주는 무언가인 것 같다.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어떻게 하기로 했냐면, 얼마간 생각해 본 결과 어쨌든 초대장을 받은 이상 그들이 나를 하객으로 원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리고 그에 응할 자원이 내게 있다면, 그 의도나 경중을 따지지 않고 그냥 그의 필요에 응해 주자고 생각했다. 그 편이 내 마음도 편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니 과연 마음이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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