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내가 행복하게 사는 집

살고 있는 집에서 얻을 수 있는 소소한 행복과 위로

by 내곁의바람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내가 대전에 처음 올라왔을 때 구한 집이다. 4년 넘게 같은 집에 살고 있다. 이 집을 구하기 전 난 나름대로 어떤 집에 살고 싶은지 고민했었다.

어차피 구해봤자 원룸이었지만 그중에서도 신중하게 골라낸 조건은 베란다가 있을 것, 주방이 방과 중문으로 구분되어 있을 것, 두 가지였다.

지금 집은 베란다도 있고 주방과 방이 분리되어 있어서 첫눈에 마음에 들었다. 볕이 잘 들고 화장실에도 창문이 조그맣게 있어서 더 맘에 쏙 들었다. 어쨌든 본가에서 떨어져 나와 살아나가야 하기 때문에 집이 편하고 포근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지금까지 이 집에 사는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햇빛이 쨍쨍한 날 베란다 문을 열면 그곳에 갇혀있던 햇빛 냄새가 진하게 난다.

빨래를 햇볕에 하루 종일 널어놨다가 걷으면 나는 그 냄새. 뜨겁고 쨍한 그것을 잔뜩 맡을 수 있는 게 좋다.

두 번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낮 동안 내내 들린다는 점이다. 우리 집 옆에는 초등학교가 있다. 회사를 가지 않는 평일에는 그 애들의 웃음소리에 잠을 깬다.

내가 늦잠을 자고 있을 때도 그 애들은 등교 중이라서 골목을 열심히 뛰어다닌다. 그러다 금방 튀긴 팝콘처럼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창문 너머로 들릴 때면 잠결에도 뭐가 그렇게 좋을까 하고 웃음이 나곤 했다. 그런 것들이 좋다.

또 가끔 아침 일찍 일어나 커피라도 사러 나가면 동생 손을 잡고 같이 등교하는 누나의 모습, 친구와 같이 등교하려고 기다리는 아이도 볼 수 있다.

아무래도 누구 하나가 이사 가지 않는 한 마주치는 애들을 계속 마주친다. 그 애들이 조금씩 커가는 모습이 느껴져 신기하다.

언젠가 한 번은 동생과 누나가 아침부터 싸웠는지 누나가 매번 잡아주던 동생의 손도 놓은 채 앞에서 걸어가고 있었다. 잔뜩 화가 난 얼굴이었다. 늘 보이던 동생은 어디 갔나 싶어 눈으로 찾았다. 걔는 누나의 서너 걸음 뒤에서 누나 뒤를 열심히 쫓아가고 있었다. 꽤 속상한 표정인데도 난 그런 모습이 참 귀엽다. 나도 어릴 때는 남동생과 사탕 하나 더 먹겠다고 진지하게 싸우곤 했다.


그냥 아이들이 늘 묵묵하게 학교에 가는 모습이 이상하게 힘이 된다.

조용하고 차분한 것들을 주로 좋아하는 내가 생기 있는 것들이 좋아 이 집에 계속 살고 있다.

내가 집에서 경험할 수 있는 생경하게 살아있는 것들이 참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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