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삼겹살집 사장님이 아니시라고요?

사람을 착각해서 머쓱했던 경험에 대하여.

by 내곁의바람

우리 집 근처에 솥뚜껑 삼겹살 사장님은 손님과 매우 잘 지내시는, 파워 E성향의 중년 여성분이시다. 내게 본인의 자녀 얘기와 어떻게 삼겹살 집을 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해 주셨는데, 그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사장님의 자녀분들은 운동선수였다고 한다. 성장기 운동선수가 둘이나 되니, 고기를 너무 많이 먹여야 해서 차라리 내가 가게를 차리자! 해서 생긴 것이 바로 지금 이 삼겹살 집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고기를 잘 보잖아, 내 자식한테 먹인다 생각하고 고기를 떼오거든. 맛있지?”

“네, 맛있어요.”

“솥뚜껑에 구운 고기가 진짜 맛있는 고기야. 많이 먹어.”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을 무렵이라, 낯설었던 동네에서 사장님과의 스몰토크는 반가운 존재였다. 꼭 그 집에서 식사를 하지 않더라도, 오며 가며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사장님의 웃는 모습을 쳐다보기도 했다.


어느 날이었다.

여느 날처럼 그 삼겹살집 앞을 지나가다가 뭔가 달라진 풍경에 흠칫했다.

“어?”

안쪽에서 사장님이 서빙 중이셨는데, 살이 엄청 빠지신 것 같았다.

원래 통통한 느낌이었다면, 적어도 10~15kg은 감량하신 듯 날씬해지셨다.

‘다이어트하셨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요새는 다이어트를 남녀노소 누구나, 언제나 하니까.

얼굴도 느낌이 달라지셨다.

귀여운 얼굴에서 여성스러운 얼굴이 되셨다.

조금 화려한 염색머리와,

키나 분위기도 그대로 셔서 마음속으로 다이어트 성공을 축하하며 조용히 지나쳐갔다.


하지만 며칠 뒤, 바로 길 건너 카페에서 그 사장님을 보았다.

‘뭐지?’

난 가던 걸음을 멈추고 그 카페 유리창 너머로 그분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삼겹살집 사장님이 왜 여기에…?’

심지어 다이어트를 하기 전 예전 모습 그대로셨다.

따님으로 보이는 분이 뭔가 실수를 하셨는지 미간을 찌푸리신 채 등짝을 때리고 계셨다.


그날 알게 되었다.

내가 본 삼겹살집의 새 사장님은, 기존 사장님의 자매라는 것을.

그러니까 카페를 기존 삼겹살집 사장님이 인수를 하시며 업종을 바꾸신 모양이었다.

삼겹살집은 자매분이 인수하신 것이었다.


나의 사람을 잘 못 알아보는 안목이 또 한 건 했다!


비슷한 일이 또 있었다.

예전에 새로 부임한 교수님과 대학원생을 분간하지 못해, 모르는 대학원생과 친밀하게 인사를 나눴었다.

그러기를 몇 달 뒤, 어느 날 문득 내 앞에 걸어가는 그 교수님의 뒷모습을 보는데 미묘하게 내가 인사해 왔던 사람과 느낌이 다른 것이다.

머리 크기와 어깨너비 같은 게 달랐다.


알고 보니 내가 교수님인 줄 알고 인사를 해왔던 사람은 새로 들어온 대학원생이었고, 그 대학원생은 내가 그저 같은 층 랩에 있으니까 인사를 하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교수님의 랩실을 몇 번 들락거리는 모습을 보고 내가 착각을 한 것이었다.


사실을 안 순간 얼마나 얼굴이 화끈거리던지….


어떻게 해야 사람을 잘 알아볼 수 있을까?

내 눈엔 이 빵들처럼 다 똑같아 보이는 걸!


이 난제는 내가 길치인 것을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를 깨닫는 것만큼 어려울 것 같다.


다음 기회에는 내가 길치라서 생겼던 에피소드를 적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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