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엄마의 상태메시지, 친구들.

엄마가 20년 만에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난다.

by 내곁의바람

"나 내일 고등학교 친구들 만난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엄마의 들뜬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로 선명하게 들렸다.
"고등학교 친구들?"
엄마가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는 얘기는 처음이었기에, 난 내 귀를 의심하며 반문했다.
"어! A랑 연락을 했는데, 여러 사람 연락이 돼서 단톡방도 만들었어."
엄마는 처음에 A에게 문자를 했는데 답장이 없어, 그날 저녁에 또 문자를 했더니 전화가 왔다고 했다.
"내 문자가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대. 너무 오랜만에 연락하니까."
엄마가 소녀처럼 소리 내어 웃는다.

몇 년 전, 엄마가 우연히 엄마의 고등학교 친구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분은 미술을 전공하고, 지금도 전시회를 여는 화가라고 했다.
프로필 사진이 유화그림들로 가득했다.
"아휴, 난 그동안 뭐 하고 살았나몰라."
엄마가 쓸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엄마는 딸이랑 아들 잘 키웠잖아~"
내가 그렇게 말하며 위로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나만 늙었어, 나만."
엄마는 푸념하며, 전시회장에서 우아한 미소를 띠고 있는 친구 사진을 오래도록 쳐다보았다.

그랬던 엄마가 동창회를 하다니.
고작 5명 남짓한 모임이긴 하지만.

"몇 명 오시기로 했는데?"
"A랑 B랑... 아, 너 C 이모 기억나? 딸이 네 또래였는데... D는 이름은 아는데 기억이 잘 안 나고..."
엄마가 조잘조잘 친구들 이름과 정보를 읊었다.

"엄마, 재밌게 놀다 와."
그렇게 말하면서도 조금 걱정이 되었다.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는 건데 새 옷 샀어?"
조바심이 슬쩍 올라왔다.
미리 말했으면 새 스웨터라도 사서 보냈을 텐데.
"얘는, 친구들끼린 그런 거 없어! 걔네는 언제 만나도 괜찮아."
"그래? 그럼 재밌게 놀다 오셔. 신나게."
전화를 끊고 괜한 걱정이었단 생각에 숨을 짧게 내쉬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날 점심시간에 엄마에게 카톡을 보냈다.
'친구들 잘 만났어?' 하고.
엄마는 '잼나네' 하고 답했다.
그걸 보니 괜히 웃음이 났다.

엄마는 다음 날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바꾸었다.
중년의 아줌마들이 기분 좋은 듯 활짝 웃고 있다. 그 가운데에 우리 엄마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엄마의 상태메시지도 바뀌어있었다.
친구들.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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