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20년 만에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난다.
"나 내일 고등학교 친구들 만난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엄마의 들뜬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로 선명하게 들렸다.
"고등학교 친구들?"
엄마가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는 얘기는 처음이었기에, 난 내 귀를 의심하며 반문했다.
"어! A랑 연락을 했는데, 여러 사람 연락이 돼서 단톡방도 만들었어."
엄마는 처음에 A에게 문자를 했는데 답장이 없어, 그날 저녁에 또 문자를 했더니 전화가 왔다고 했다.
"내 문자가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대. 너무 오랜만에 연락하니까."
엄마가 소녀처럼 소리 내어 웃는다.
몇 년 전, 엄마가 우연히 엄마의 고등학교 친구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분은 미술을 전공하고, 지금도 전시회를 여는 화가라고 했다.
프로필 사진이 유화그림들로 가득했다.
"아휴, 난 그동안 뭐 하고 살았나몰라."
엄마가 쓸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엄마는 딸이랑 아들 잘 키웠잖아~"
내가 그렇게 말하며 위로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나만 늙었어, 나만."
엄마는 푸념하며, 전시회장에서 우아한 미소를 띠고 있는 친구 사진을 오래도록 쳐다보았다.
그랬던 엄마가 동창회를 하다니.
고작 5명 남짓한 모임이긴 하지만.
"몇 명 오시기로 했는데?"
"A랑 B랑... 아, 너 C 이모 기억나? 딸이 네 또래였는데... D는 이름은 아는데 기억이 잘 안 나고..."
엄마가 조잘조잘 친구들 이름과 정보를 읊었다.
"엄마, 재밌게 놀다 와."
그렇게 말하면서도 조금 걱정이 되었다.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는 건데 새 옷 샀어?"
조바심이 슬쩍 올라왔다.
미리 말했으면 새 스웨터라도 사서 보냈을 텐데.
"얘는, 친구들끼린 그런 거 없어! 걔네는 언제 만나도 괜찮아."
"그래? 그럼 재밌게 놀다 오셔. 신나게."
전화를 끊고 괜한 걱정이었단 생각에 숨을 짧게 내쉬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날 점심시간에 엄마에게 카톡을 보냈다.
'친구들 잘 만났어?' 하고.
엄마는 '잼나네' 하고 답했다.
그걸 보니 괜히 웃음이 났다.
엄마는 다음 날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바꾸었다.
중년의 아줌마들이 기분 좋은 듯 활짝 웃고 있다. 그 가운데에 우리 엄마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엄마의 상태메시지도 바뀌어있었다.
친구들. 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