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생 별명은 대단한 배.
초등학생 때 친구가 집에 놀러왔었다.
놀다보니 점심시간이 되었고, 우리집에서 같이 밥을 먹기로 했었다.
그 애는 우리집에서 처음 밥을 얻어먹고 간 친구였다.
엄마가 밥을 푸기 전에 잠깐 내게 밥공기를 건네주었는데, 그 애가 그것을 보고 말했다.
"이게 국공기야?"
"밥공기인데?"
"헉, 진짜? 우리집 국공기랑 비슷하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엄마가 상차리는 것을 도왔다.
"이만큼이면 돼?"
엄마가 그릇에 퍼준 밥을 보여주며 친구에게 묻자 걔는 고개를 저으며 밥을 절반 정도 덜어달라고 했다.
그 날 깨달았다.
우리집이 많이 먹는 집이라는 것을.
집에서 독립하여 나가사니 더 실감났다.
우리집은 네 식구인데, 김치찜을 하면 곰솥에 하고 간식으로 전을 부치면 커다란 후라이팬에 여섯번은 부쳐먹었다.
나는 대학생이 되며 다이어트를 했다.
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했고, 지금은 고등학생 때 먹던 밥의 절반 정도를 먹는다.
그래서 그런지 본가에 와서 밥을 먹을 때면, 엄마의 푸짐한 밥상에 매번 놀란다.
우리 아빠는 나이가 60이 넘었지만 여전히 머슴밥을 먹고, 남동생도 꽤 잘먹는다.
그래서 난 동생을 대단한 배, 아빠를 위대한 배라고 부른다.
물론 밥을 잘 먹는 것은 복스러운 일이고, 그 모습이 싫지 않지만 장기자랑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이야, 오늘도 역시 대단한 배!"
"아, 나 남자치고는 많이 먹는 편 아니라고!"
"그래, 그렇게 믿고 싶겠지~"
난 깔깔 거리며 웃지만, 동생은 많이 먹는다는 놀림이 싫은지 짜증을 낸다.
동생은 워낙 부지런한 타입이다. 내가 나무늘보에 가깝다면, 그 애는 조랑말같다. 쓰는 에너지가 많으니 먹어야 할 몫이 많은 게 이치다.
얼마 전 엄마의 생일 기념으로 거제 여행을 다녀왔다.
전 날 저녁, 저녁으로 파스타와 피자를 먹고 야식으로 연어샐러드와 티라미수케이크를 먹었다.
맥주 한 캔에 연어를 맛있게 먹는 동생을 보니 웃음이 났다.
생연어를 먹고 배가 부른 적은 없다던 그 애 말이 떠올랐다.
'역시 대단한 배로군.'
다음 날 집으로 돌아가는 일정이었기에 냉장고에 있는 것들은 웬만하면 다 먹어야했다.
우리 네 식구는 모두 배가 빵빵한 채로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부모님은 리조트 앞 쪽 바닷길을 산책하고 돌아오며 충무김밥을 포장해왔다.
나는 늦게 일어나 식탁에 앉았다.
이미 절반은 해치운 충무김밥을 쳐다보고만 있으니, 동생이 말했다.
"이거 할당량이야! 누나도 이정도는 먹어야 해."
내 앞에 놓인 충무김밥 10알이 부담스러웠다.
"난 3개만 먹을래."
그렇게 말하고 먹고 있는 동생을 빤히 쳐다봤다.
맛있게 먹는 모습이 마치 어제 저녁을 안 먹은 사람 같았다.
내 시선을 느낀 동생이 소리치듯 말했다.
"그래! 나 대단한 배다!"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말투였다.
나는 그 말투에 한참을 크게 웃었다.
우리 집 밥상은 오늘도 대단한 배, 위대한 배와 함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