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한 달 전 찾아온 하루 짜리 어지럼증.
10월이 되었고, 재수생활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패딩을 입고 처음 재수학원에 들어왔던 기억이 나는데,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반팔 차림이었고 또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긴팔 차림이었다.
그 무렵,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일이 있었다.
아침밥을 다 먹고 버스를 타려고 일어났는데 앞이 빙글빙글 돌았다.
“엥?”
난 육성으로 그렇게 내뱉고 다시 주저앉았다.
머릿속에 물음표 10개가 동시에 터졌다.
‘왜 어지럽지?’
다시 일어나도 증상은 마찬가지였다.
덜컥 무서워져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엄마를 불렀다.
엄마는 버스를 탈 시간인데 자리에 앉아있는 내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앞이 빙글빙글 돌아.”
나는 다시 일어섰다가 중심을 잃고 옆으로 풀썩 쓰러졌다.
엄마는 나를 몇 초간 쳐다보다가 말했다.
“오늘은 학원 가지 말고, 링거 맞으러 가야겠네.”
링거?
갑자기 왜 링거?
엄마는 내게 신용카드를 쥐어주며 말했다.
“길 건너에 있는 가정의학과 가서 링거 놔달라고 해라.”
“응.”
엄마는 그렇게 말하곤 출근했다.
나는 좀 더 자다가 천천히 움직여 링거를 맞으러 갔다.
좁고 기다란 병원 침대에 누워, 천천히 떨어지는 링거액을 쳐다보며 한 시간 넘게 가만히 있었던 것 같다.
병원에는 평일 대낮인데도 나처럼 링거를 맞으며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이 많았다.
사람이 좁은 공간에 그렇게 많은데도, 말소리 하나 들리지 않고 고요했다. 몸을 뒤척이며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그 속에서 조용히 걱정이 싹을 틔웠다.
‘다음 달에 수능인데, 계속 아프면 어쩌지?’
몸이 아픈 것이 처음으로 겁이 났다.
고3 때 아프던 친구가 생각났다.
그 친구도 어느 날 어지러움에 못 일어나, 병원에 갔더니 달팽이관과 관련된 질환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고3 내내 자주 야자를 빠졌다.
‘이제 한 달만 버티면 되는데.’
링거를 다 맞고 집에 와서 푹 잤다.
그동안의 피로 때문인지 꿈도 꾸지 않고 개운하게 자고 일어난 기억이 있다.
그렇게 자고 일어났지만, 저녁을 챙겨 먹고 잠이 쏟아져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일어나니 증상은 언제 있었냐는 듯 깨끗하게 사라져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학원으로 향했다.
전날 결석한 내가 걱정되었는지, 담임선생님이 날 불렀다.
“어머님이 몸이 아파서 하루 빠진다고 연락 오셨던데. 괜찮아?”
“어제 아침에 어지러워서 링거 맞았어요. 지금은 괜찮아요.”
“아이고, 다행이다. 한 달 밖에 안 남았으니까 조금만 더 힘내.”
지금 생각해 보면 피로가 누적되어 그런 것 같았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병원에선 ‘이석증’이라고 했다.
신경 쓸 일이 많았고, 야근이 잦았던 때였다.
하루짜리 불청객의 방문 후에는 수능 전까지 할 수 있는 몸조심을 했다.
다치지 않기 위해, 아프지 않기 위해.
감기라도 걸려 컨디션을 망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그렇게 수능이 정말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