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수능날 느낀 감상과 재수의 결과
수능 날이 되었다.
전 날 잠도 잘 잤고, 책가방도 미리 챙겨두었다.
결전의 날이었다. 비장한 마음 반, 긴장되어 두근거리는 마음 반이었다.
엄마가 싸준 보온도시락을 챙겨 들고 아빠의 자동차에 올라탔다.
아빠는 주말이 되면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학원에 자습하러 나간 나를 데리러 왔었다.
늘 조수석에는 엄마가 타고 있었고 나는 뒷좌석에 탔었다.
그 조합 그대로 탄 채 수능 시험장으로 향했다.
수능 날은 늘 차가 막힌다.
"아휴. 잘 풀리라고 샛길 말고 큰 도로만 타고 시험장으로 가려했는데 어쩔 수 없네... 옆 골목길로 가요."
엄마가 그렇게 말했다.
미신이라곤 믿지 않더니, 수능 몇 주 전 주말에 절에 기도를 다녀왔던 엄마.
내게 그 절에서 산 염주를 내밀며, 그곳이 수험생을 시험에 붙여준다고 유명하다고 했다.
시험장에 도착하니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내 고등학교 후배들이었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는데, 아는 얼굴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 긴장되지 않았다.
국어는 손이 떨리긴 했지만 풀던 대로 풀었다.
수학은 정말 운이 좋게도 내가 자신 있던 부분이 많이 나왔고, 영어와 과학은 어려웠다.
도시락도 기억에 남는다.
찬밥을 먹을까 봐 친구분께 빌려온 보온도시락.
점심시간이 되어 열어보니, 작년과 똑같은 엄마표 불고기가 반찬이었다.
시험이 끝나고 나와 버스정류장을 향해 걸었다.
부모님께 데리러 나오지 말라고 했다.
저번 수능 때 차가 너무 많아서 고생했던 기억이 있었다.
지금도 집으로 돌아오던 길의 서늘한 공기와 적당히 푸르던 하늘이 떠오른다.
추운 바람이 뺨을 스쳤고 나는 오직 한 가지 생각을 했다.
'전문대를 가더라도 진짜 삼수는 못한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내겐 더 이상 수능에 대한 미련이 없었다. 정말 최선을 다했기에.
누가 삼수를 하라고 사정을 해도 절대 못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부모님의 정성과 나의 꾸준한 노력 덕분이었을까. 재수를 끝내고 내가 받은 성적은 국어 1등급, 수학 3등급, 영어가 4등급이었다.
국어와 수학은 3등급씩 올랐지만 영어는 비슷했다. 과학은 너무 오래전 일이라 그런지 등급이 기억나지 않지만, 첫 번째 수능과 비슷했던 것 같다.
기대보다는 현실에 가까운 숫자들이었다.
그래도 그 성적으로 나는 원하던 대학 중 한 곳에 합격할 수 있었다.
수능이 끝나고 같이 학원을 다닌 사람들의 소식과 재수를 했던 친구들의 소식을 들었다.
대부분 성적이 오르지 않았었다.
10명 중 8명 정도가 제자리거나 성적이 떨어졌다.
내 멘탈을 잡아주던 삼수생 언니도 그 해 원하던 학과에 진학해 나와 같이 새내기가 되었다.
졸업한 고등학교에서도 내 소식이 퍼졌다.
남들이 모두 말린 재수생활을 성공해 결국 본인이 원하던 대학을 갔다고.
하지만 그게 또 유명한 명문대는 아닌지라, 소문은 금방 꺼졌다.
재수생활은 그렇게 끝이 났다.
생각보다 조용하게 내 인생의 한 장이 되었지만, 그것이 내 인생의 중요한 시작점이 되리란 것을 그땐 몰랐다.
다음 주, 마지막화가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이후에 에필로그까지 연재 후 해당 브런치북을 완결하려고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