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나도 해도 될까요?

어떤 사람이 재수를 해도 될지에 대한 내 결론

by 내곁의바람

재수를 거쳐 나는 내가 가고 싶던 학과에 입학했다. 지방에 있는 한 공대였고, 역학을 주로 다루는 곳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수학을 잘하지 못하던 내게는 꽤나 버거운 선택이었다. 재수에 성공하며 잠시 성취감을 느꼈지만, 그 감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재수는 내 인생을 극적으로 바꾸지는 않았다.
다만 20대를 살아오며, 모두가 ‘가자’고 할 때 혼자 ‘잠깐만’ 하고 멈춰 서야 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대학교 3학년 무렵, 동기들 대부분이 휴학을 하고 취업 준비를 시작했을 때 나는 그러지 않았다. 졸업 후에도 취업이나 취준을 하는 흐름 속에서, 대학원 진학을 택했다.

나는 고민이 많은 사람이고, 걱정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내게 맞는 결정을 내려올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스무 살에 재수를 선택하고, 후회 없이 그 시간을 통과해 본 경험에서 나왔다.

그래서 나는 성적과 상관없이 n수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꼭 이렇게 묻는다.


“성적이 더 떨어져도 괜찮겠어? 그래도 해보는 게 후회 없겠어?”


솔직히 말하면, 나 역시 재수로 성적이 오르지 않았다면 그때의 도전은 상처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성적이 올랐던 건 실력만의 결과라기보다 운이 따른 덕분이라는 생각도 든다.


노력한다고 해서 언제나 결과가 따라오는 건 아니니까.


그럼에도 다시 도전하지 않는 쪽이 더 후회로 남을 것 같다면, 나는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미련은 생각보다 오래 사람의 발목을 붙잡는다. 재수생으로 치른 수능이 끝난 뒤 삼수를 고민하지 않았던 것도, 그때는 더 이상 미련이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수를 해도 되는 사람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다만 그때의 나는, 하지 않고 넘어가면 계속 그 순간을 돌아보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내 인생의 첫 시작, 작은 점이지만 잘 찍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했고 끝까지 갔다.


그것이 내가 재수를 택하고 지금껏 후회하지 않는 이유다.

<그 당시, 내가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문장 한 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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