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8개월 간의 여정
작년 8월에 퇴사를 했는데, 벌써 올해 4월이다.
그간 글이 뜸했던 이유는 두 가지 였다.
하나는 쓰고 있는 소설이 있었고, 다른 하나는 대학원 준비의 막바지- 박차를 가하기 위함이었다.
왜 퇴사를 했냐하면, 계약이 종료되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갑작스러운 계약종료였기 때문에 많은 상처가 있었다.
나는 한 마리의 고슴도치가 되어 존재만으로 다른 사람을 찔렀다.
상처를 일일이 나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항상 변명하고 싶었다.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고.
상처를 곱씹을수록 수렁에 빠지는 걸 알면서도 그칠 수가 없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겪은 부당한 일들과 그로 인해 조각난 마음을 엮어 소설을 썼다.
소설 속에서 나는 그들이 되었다가, 주변이 되었다가 다시 내가 되었다.
내 소설은 직장내 괴롭힘으로 동료를 잃은 한 여자의 이야기로 시작해 10만자를 채우고 끝났다.
그 안에서 10명이 넘는 인물들의 삶을 써내려갔다.
1부는 지금 젊은 세대를 배경으로, 2부는 IMF시절을 배경으로, 3부는 다시 현재로 돌아오도록 구성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소설을 썼지만 그렇게 길고 정교한 이야기를 써본 것은 처음이었다.
소설가로써의 성장기를 겪을 수 있었던 것은 감사할 일이 되었다.
내가 그 소설을 쓰고 얻은 결론은 우리 모두가 어쩌면 시대의 피해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그 생각이 내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 열쇠가 되었다.
두 번째로 준비하던 대학원은 최근 서류를 제출했다.
연구원으로 살기 위해 내 분야를 가져야한다는 생각을 절실하게 했으므로,
이제 내가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새로운 분야로의 도약을 시작했다.
이대로 다시 취업을 하면 이젠 영영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새롭게 고른 분야는 꽤 마음에 들고, 아직 합격의 여부는 모르지만 마음의 숙제를 끝낸 기분이다.
그런 기분이 드는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나는 내 자신을 더 나은 곳으로 데려다 주고 싶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나를 잃지 않으려 노력하던 나를, 고작 그런 시련에 버려두고 싶지 않았다.
갈 수 있는 존재임을 스스로에게 증명해주는 것이 마음의 숙제였나보다.
그러던 사이에 계절이 이렇게나 갔다.
뜨겁던 한여름을 지나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되어 다시 봄이 찾아오기까지 오래 걸렸다.
참, 오래도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