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꽃무릇과 여동생

그동안 몰랐던 '여동생'의 느낌을 깨달은 날

by 내곁의바람

오랜만에 학교 다닐 때 알던 후배를 만났다.
걔는 나보다 한 살 어린 여동생이다.


난 여동생이 없고 3살 어린 남동생만 있다. 그래서 막연하게 여동생이 있다면 어떨까 늘 궁금했다. 남동생은 나이가 어리다고 해도 나보다 키도 크고 힘도 세다. 그래서 동생이라도 귀여운 느낌이 영 없었다. 그에 비해 여동생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병아리처럼 막연히 보호해줘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있었다.

그 여동생을 만난 이유는 꽃축제에 가기 위함이었다. 꽃축제에 가면 사진도 많이 찍으니 둘 다 한껏 꾸민 상태였다. 그렇게 꾸미고 만난 것은 꽤 오랜만이었다. 난 늘 들고 다니던 가방 대신 새로운 가방을 들고 갔었다. 아무래도 옷차림에 맞는 가방과 신발이 패션의 마무리가 아닌가.
붉은 꽃무릇을 보기로 했었기 때문에 까만색 원피스와 신발을 신고 포인트로 보라색 니트 가방을 들고 갔었다.
걔도 까만색 면티에 빈티지한 색감이 인상적인 짧은 치마를 입고 왔었다. 발랄한 느낌이 참 잘 어울렸다.

꽃무릇은 이맘때쯤, 날이 시원해지는 무렵 피어난다. 꽃의 생김새가 특이한 편이다.
석산이라고도 불리는데, 습한 땅에서 주로 자란다. 그 애는 꽃무릇이 익숙하지 않았다고 했다. 내가 축제가 있다고 하니 검색해 보았다고. 꽃무릇 색과 맞춰 옷도 골라 입었다며 웃었다.

둘이서 꽃이 무더기로 피어난 길을 한참을 걸었다. 이 얘기 저 얘기를 신이 나서 주고받다가 걔가 내 가방 얘기를 했다.
가방이 예쁘다며, 자기도 비슷한 걸 살까 했었다고.
별 뜻 없이 지나간 얘기였지만 집에 오다 문득,
이것이 바로 여동생의 느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번엔 헤어왁스를 추천해 줬었다.
내 머리가 반곱슬이라 부스스한 잔머리가 한 번씩 신경 쓰였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제품이었는데 그걸로 싹싹 빗으면 잔머리가 가라앉았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걔도 잔머리가 신경 쓰일 때가 있다는 이야기가 기억나 추천해 주었다.
당장 사더니 써보니까 너무 좋다며 해맑은 얼굴로 세 번이나 그 이야기를 했었다.


그 애는 내가 좋다고 하거나, 새로운 걸 시도하면 늘 궁금해하고 따라 하곤 했다.
언니가 쓰는 거는 다 좋더라, 그런 말도 곧잘 덧붙이며.

나도 사촌언니가 새로 입고 온 코트가 예뻐 보였다. 친구들이랑 하는 메신저도 신기하고 멋져 보였다.

언니가 하는 건 다 세련되고 좋아 보였다.

그 모습들을 떠올리니 알게 되었다.
여동생이란 존재는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귀엽고 따듯한 것이었다.

그날 본 꽃무릇보다 활짝 웃으며 찍은 우리 둘의 사진을 보며, 나는 괜스레 맘이 행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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