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워지는 화음
오늘은 4학년 5학년 아이들이 한 학기 동안 열심히 준비한 합창과 오케스트라 공연이 있는 날이다. 30-40분 정도 Preview로 한 두곡만 보여주는 연습이었지만 발그레한 아이들의 얼굴에서 잔뜩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우리 반 아이들은 거의 절반 가까이 합창에 합류하기 때문에 점심을 먹고 나서는 반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조용히 책을 읽으며 기다리던 아이들은 종이 울림과 동시에 다시 왁자지껄 수다를 떨었다.
가까스로 조용히 시키고 강당으로 가는 길, 한 아이가 자신은 공연을 보다가 잠들 것 같다며 투정을 부렸다. 어른인 나도 30-40분 공연은 살짝 지루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당에 도착해서 자리에 착석한 아이들은 본인이 공연을 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상기된 표정으로 떠들기 시작했다. 오케스트라를 하는 아이들이 무대에 오르고 나는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귀를 기울였다.
“빰—-” 큰 소리가 나는 것과 동시에 트럼펫과 북소리가 강당을 울렸다. 10초도 지나지 않아서 나는 살짝 놀라버렸다. 한 학기 동안 일주일에 30-40분 연습을 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박자가 맞지 않았다. 후다닥 나의 표정을 숨기며 생각했다. ‘아마 내가 아이들에 대한 기대가 엄청 컸던 걸까?’
내가 어렸을 때를 생각해 봐도 서로 박자를 맞추는 것은 참 어려웠다. 내 연주에만 신경 쓰기 급급하여 남들이 어떻게 연주하던 무작정 연주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배워갈수록 남들과 박자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아이들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이 크다는 말보다 기대가 클수록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다는 말이 나에게 더 와닿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아이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 잘할 거라는 기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 열심히 할 거라는 기대.
다음으로 합창이 있었다. 4학년 아이들이 올라와 합창을 하는데 마음이 따뜻해졌다. 서로 박자가 조금씩 어긋 나지만 한 명 한 명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화음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름다웠다.
아이들이 한 학기 동안 열심히 준비했다는 게 느껴지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