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 #2 미국 수업의 난이도

미국에서 수업을 가르치며 느꼈던 막막함

by 더 메모리 THE MemorY

처음 미국학교에서 수업을 가르치던 날, 나는 내가 창의력이 부족하다는걸 깨달았다.


내가 가장 처음 가르치게된 수업은 Social Studies 사회였다. 멘토 선생님께 자료를 잔뜩 받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나는 막막했다. 수업을 가르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이들과의 대화는 어느정도 가능했고 며칠 수업을 관전하다보니 가르치는 것 자체가 힘들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실상 나에게 닥쳐왔던 현실은 수업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방대한 자료를 가지고 커리큘럼에 맞게 수업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은 내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고등학교 시절, 한국학교에서 한글을 가르쳐본 경험이 있던 나는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수업을 창조해내는 것은 내 주특기라고 생각해왔다. 알록달록 색종이를 접고 꾸미고 동시를 익히는 것 자체는 재미있게 수업을 이끌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학교 커리큘럼과 맞추어서 수업 계획을 짜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제일 처음 가르치게 된 수업 내용은 미국 헌법이었다. 부랴부랴 캔바에 들어가 알록달록 꾸미기 시작한 슬라이드에 꼭 가르쳐야할 내용들을 마구잡이로 집어넣다보니 어느새 슬라이드는 글자로 가득했다. 초등학교 4학년에게 이렇게 지루한 슬라이드를 보여줄 수는 없다고 생각한 나는 고심을 거듭했다. 그리고 순간 옛날 종이재질로 만들어진 미국헌법 복사본을 생각해냈다.


수업 당일, 나는 나름대로 대본을 만들어갔다. 어디에서 어떤 말을 하고 어떤 슬라이드를 보여줄지 모든걸 다 계획해갔다. 그러나 그런 계획이 무색하게도 처음부터 삐끗해버렸다. 미국 헌법에 대해 설명을 하는 부분에서부터 아이들은 집중력을 잃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설명을 했어야하는데 무작정 글로 설명을 하다보니 나조차도 흥미를 잃었다.


모든 발표와 수업과 영상에는 딱 5초. 5초가 관건이다. 이 5초 안에 내용에 대한 흥미가 결정이 되는데 나는 그걸 놓친거다. 그 후로는 말이 계속 헛나오고 글만 많은 슬라이드로 계획했던 농담도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나에게는 필살기가 있었다. 창의성을 발휘해서 아이들에게 미국 헌법 복사본을 보여주면서 날짜, 서명한 사람, 헌법들을 적는 활동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 정도의 활동이면 아이들도 다시 흥미를 찾겠구나 생각한 나였다. 그리고 헌법 복사본을 보여준 순간 나는 '아차' 싶었다. 헌법이 필기체로 쓰여있다는걸 차마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나도 필기체를 못읽는데... 아이들은 우왕좌왕하며 어떤 글자인지 모르겠다며 도움을 청했다.


이런 필기체...


엉망진창으로 끝난 수업. 멘토 선생님과 후에 수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나는 나의 창의력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단순히 수업을 재미있고 영양가 있게 만드는 것을 떠나 아이들에게 생각하고 창의성을 기를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질문이 필요하다는 것.

다시 생각해보니 나는 아이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내용을 전달하는데에 정신이 팔려 서로에게 질문하고 답하고 토론하는 시간이 없었다.


미국 수업은 난이도를 수업의 내용과 시험으로 나눈다면 그리 어려운 편은 아니다. 오히려 한국에서 배운 주입식 수업이 더 기억에 오래 남고 아는 것도 많아진다. 그러나 생각을 넓히고 창의력을 키우는 측에서 미국 수업의 난이도는 장벽 자체가 높다. 미국 수업은 생각하게 하고 깨닫게 하는, 그런 수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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