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실수한다. 그래서 실망스럽다.
이제 2주째 실습을 들어간다. 상황에 대한 불만이나 실습에 임하는데 부족함은 없지만 결과적으로 나 자신에게 실망스럽다. 시간 약속을 철저하게 지키는 내가 지난주부터 오늘까지 무려 3번이나 시간 약속을 어겼다. 학업을 할 때에는 과제를 미리미리 제출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있었는데 실습을 하면서 수업 계획도 따로 제출해야 하니 생각지 못하게 늦게 제출하게 된다. 변명이라면 변명이겠지만 제출해야 하는 수업 계획과 과제를 자꾸 깜빡하게 된다. 그래서 실망스럽다.
실수투성이인건 아마 내가 나를 잘 몰라서 일거다.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어느 정도 선에서 멈추어야 하는지, 등 나의 한계를 잘 몰라서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단정 짓지 말라고 한다. 이 말에도 일리가 있다. 나의 한계를 내가 만들어놓는 건 너무 슬프니까. 그러나 나의 용량을 아는 건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외부에서 정보와 책임을 얼마큼 받아들일 수 있는지 알 때 실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아마 지금은 내가 수용할 수 있는 용량을 알아가는 시기인가 보다. 그래서 실수가 잦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기에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조금씩 변화를 주는 중이다. 나의 루틴 중에서 어떤 부분이 나를 힘들게 하는지, 어떤 부분에서 중요한걸 깜빡하게 되는지 알아가는 중이다.
나의 하루를 쭉 생각해 볼 때 내가 나의 삶을 살 수 있는 시간은 오후 5시부터 10 시인 것 같다. 그마저도 수업 계획을 만들고 내일 있을 수업 준비를 하면 금방 흘러간다. 게다가 점심과 아침을 준비하고 입을 옷도 고르고 하다 보면 밤이 금세 찾아온다. 그리고 나는 꼭 해야 할 중요한 일을 까먹게 되는 거다. 오전 6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아침을 먹으면 금방 7시가 되어버리고 바로 학교로 떠난다. 7시 45분쯤 학교 주차장에 도착하면 교실은 7시 55분쯤에 들어서게 된다. 학생들은 8시 40분부터 교실로 들어오기 때문에 40분 동안 수업 계획을 검토하고 오늘 있을 행사나 스케줄을 확인한다.
아직 정식 선생님은 아니기 때문에 모르는 부분도 많지만 그럭저럭 적응이 되어간다. 그러나 가끔은 내가 어디에 있는지 무얼 하는지 순간 까먹기도 하는데 그건 아마 뇌가 과부하 되기 때문일 거다. 나도 모르게 인내심을 잃고 학생들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을까 항상 노심초사하는 건 나도 나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늘 가르쳤던 역사 수업에서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수업 끝나기까지 2분 남은 시점에 아직 오늘 해야 할 일을 다 가르치지 못했는데 수업에 전혀 관련이 없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거다. 미국 원주민 부족의 역사를 배우는데 뒤에 상자에 무엇이 있냐는 질문은 순간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항상 매번 고민하는 건 이럴 때 바로 아이의 말을 끊고 다시 수업으로 돌아가야 하나 아니면 끝까지 들어주어야 하나 이다. 내가 학생이었던 시절에는 어땠던가.
학교에 있는 꽤 많은 시간 동안 내 어린 시절을 생각하게 되는 건 불가피한 일이다. 초등학교 4학년이 이렇게 어린 줄 알았더라면 내가 4학년 때 좀 더 발랄하게 굴어볼걸. 아니, 어쩌면 충분히 발랄하고 밝았을 거다. 다만 내가 기억하지 못했을 뿐. 어린 시절의 기억은 대부분 안 좋은 기억뿐이니까. 그래서 나는 나의 학생들에게 최고의 기억이 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충분히 발랄하고 밝고 행복한 어린 시절을 기억할 수 있도록.
그래서 나는 나의 실수가 실망스러워도 실패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비록 오늘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기억이 되지는 못했지만 내일은 다를 거고 하루하루 나는 좀 더 나은 선생님이 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