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하루가 되기를
오늘도 그저 그런 하루를 보냈다.
보통의 하루라고 말하기에는 또 이런저런 사건 사고들이 벌어지고는 했지만 10년 뒤에는 잘 기억하지 못할 그런 하루가 지나갔다.
한편으로는 아쉽다. 그래도 오늘 나는 무언가 했는데 이 하루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게 섭섭했다.
나는 기억력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그래서 일기를 쓰고 하루를 돌아보는 것이 습관이자 취미가 되었다. 나중에라도 읽어보면 기억이 새록새록 날까 하는 기대심에 시작한 일기는 어느덧 몇 년이 흘러 오늘까지 흘러왔다.
사실 일기를 쓰는 것은 귀찮은 일이다. 기억해 내는 것도 안간힘을 써야 하고 또 글을 쓰기까지 미루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쓰기 시작하면 오늘 있었던 일을 기억해내고는 한다.
이른 아침, 운동과 아침식사를 하고 나니 벌써 시간이 훌쩍 지나가있었다. 4분이나 늦게 집을 나서서 설거지를 하지 못하고 나와버렸다. 도시락 가방에 넣는 얼음팩을 깜빡해서 초조했고 다행히 치킨너겟이어서 음식이 상하거나 하는 그런 일은 막을 수 있었다.
도착해서 수업 계획을 짜고 오늘 하루 일할 것을 정리하는데 또 시간이 금세 흘러가버려서 다 준비하지 못한 채로 아이들을 맞았다. 이제 제법 나와 친근해졌는지 나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기도 하는 아이들이다. 오전 수업을 하는데 갑자기 멘토 선생님이 급하게 일찍 퇴근해야 하는 일이 생겨서 다른 분이 대신 와계셨다. 금세 아이들의 집중력은 흐트러졌고 나도 계속해서 아이들을 혼내는 일이 생겼다. 점점 언성이 높아지는 나는 나의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고 곧 내 목소리는 갈라지기 시작했다.
며칠 전 유튜브에서 본 영상에서 목소리가 갈라진 선생님을 따라 하는 걸 봤는데 내가 마치 그 선생님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영 좋지는 않았다.
뱃심을 기르던가 해서 목소리를 얼른 틔어야겠다. 아직은 앳된 목소리여서 아이들에게 호소력 있는 목소리가 아닌가 보다. 아무튼 점심을 넘기고부터 두통이 생겼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머리도 지끈지끈 아프고 몸이 안 좋아졌다.
하교시간이 되었고 아이들은 또다시 활기차게 대화를 나누었다. 좋게 말하자면 대화지만 실상은 소음에 가까웠다. 내 두통은 도졌고 아이들은 계속해서 나에게 다가와 친구와 싸운 이야기, 오늘 있었던 이야기 등을 털어놓았다. 잠시 두통이 멎고 생각에 잠긴 나는 내가 참 감정적이고 프로페셔널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들에게는 보통의 하루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곧바로 진심을 다해 아이들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나에게는 보통의 하루였지만 지금 이 대화가 아이들에게 특별한 하루를 만들어주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