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두 개의 다이어리가 있다. 하나는 메인 급이라고 할 수 있는 다꾸용 다이어리, 그리고 또 하나는 6공 다이어리.
내가 매일 끼고 사는 다꾸용 다이어리에는 표지부터 애정이 듬뿍 담겼다. 속지에도 고심해서 고르고 고슨 스티커들을 붙이고, 형형색색의 펜으로 밑줄을 긋고 색도 칠해보며 나름 현란하게 꾸몄다. 귀여워 어쩔 줄을 모르겠는 내 취향의 곰돌이 스티커도, 아끼는 캐릭터 스티커도 꾹꾹 눌러 붙인다. 필기감이 좋은 펜으로 한 자 한 자 최대한 예쁘게 글씨를 적기 위해 노력한다. 누군가 내게 보물 1호를 물었을 때 망설임 없이 고를 내 다이어리.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 다이어리엔 내 깊은 고민 혹은 불쑥 찾아오는 우울한 생각들을 가감없이 드러내기가 힘들다. 매일의 감정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들을 적기엔 공간이 부족할 뿐더러 예쁘게 꾸며내어 쓴 글자처럼 예쁜 생각만 담아야 할 것 같아서. 환하게 웃고 있는 곰돌이 스티커처럼 행복해야 될 것 같고, 고민 하나 없을 것 같은 캐릭터 스티커처럼 문득 마주친 어려운 감정도 그냥 웃어 넘겨야 될 것 같아서.
그래서 내 마음 속의 파도가 요동치는 날에는 6공 다이어리를 꺼낸다. 깊은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 날에도, 가공되지 않은 날 것의 아이디어를 풀어내고 싶은 날에도 어김없이 꺼내든다. 대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꽤 오래 쓰고 있지만 이제 겨우 절반을 채운 이 아이. 꾸미지 않은 나의 생각들도 결국 나니까, 예쁘지 않아도 어딘가 미숙하고 어색하더라도 사랑해야겠다. 스티커를 꾹꾹 눌러 붙이지 않아도, 화려하게 색을 입히지 않아도 그 자체로 좋으니까. 더 자주 꺼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