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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것

짜증나는 걔랑 공존하는 법

by 귀향

"그 사람은 나랑 정말 안 맞아."


떠오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을 생각한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았을 수도 있다. 많은 현대인들이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를 갖고 있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인간관계'라는 문제는 산 속이나 무인도로 떠나 자연과만 벗 삼으며 살지 않는 한 상존할 수밖에 없다. 스트레스를 받고만 살 순 없으니 이런저런 곳에서 조언을 구해보면 '다름을 인정해라',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라'라는 지혜를 얻는다. 감사하지만 음 글쎄, 나에게 그런 말은 도덕교과서 정도 같다. '그걸 내가 몰라?'라는 말이다. 말이야 쉽지, 나도 그러고야 싶지, 그런데 성인군자도 아니고 어떻게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냐는 말이다. 킨드라 홀의 책, <인생의 무기가 되는 히든 스토리>에서 막연한 클리셰보다는 조금은 더 구체적인 방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책의 핵심 내용은 누구나 각자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고 그 스토리가 그 사람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토리의 힘은 강력하기 때문에 무의식 중에 오래 남아 사고와 행동 방식을 규정한다. 그러니까 그 사람이 '그렇게' 하는 데에는 '그렇게 할 만한 이유', 즉 스토리가 있다는 것이다. 솥뚜껑을 보고 놀라는 사람을 보며 뭐 이런 것을 보고 놀라냐며 이해를 못 할 수도 있지만 그 사람이 이전에 자라를 보고 놀랐던 스토리를 알고 있었다면 솥뚜껑을 보고 겁을 먹는 것이 충분히 이해될 것이다.


책에 나온 예시를 하나 소개하자면, 저자는 어느 날 비행기 좌석을 착각해 본인의 자리에 제대로 앉아있는 여성에게 자신의 자리에 잘못 앉은 것 같다고 말하는 실수를 한 적이 있다. 그러자 그 여성은 저자의 실수에 노발대발하며 바로 옆에 저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친구에게 전화해 저자에 대한 악담을 퍼부었다. 만약 그녀가 저자가 닷새 동안 열 번이나 비행한 데다가 스트레스로 정신이 혼미하고 가족들이 너무 그리운 나머지 표지를 반대로 읽었을 뿐이라는 스토리를 알았더라면 그녀가 좀 더 측은한 마음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인생의 무기가 되는 히든 스토리>, 287p.)


이처럼 스토리에는 이해의 폭을 넓혀주고 관점을 이동시켜주는 힘이 있다. 스토리의 중요성과 더불어 우리가 하나 더 알아야 할 점은 비행기에서 분노한 그녀에게도 스토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 여성은 어쩌면 그가 틀리지 않았는데도 틀렸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자랐을지도 모른다.'(<인생의 무기가 되는 히든 스토리>, 288p.) 이는 작은 실수에 노발대발하는 여성을 보며 욱하는 사람이라고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인간관계에서 어떤 사람과 잘 맞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우리 자신 역시 우리 각자의 스토리로 인해 우리의 기준에서 타인을 판단하고 있다는 것도 의미한다. 나와 맞지 않는 그 사람의 행동을 보며 견디기 힘든 것은 나의 '히든 스토리'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누구에게나 각자의 스토리가 있다는 것, 스토리는 모두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고 인정한다면 조금 더 수월하게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나와 맞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아왔다면 이제는 서로의 스토리가 다르기 때문에 맞지 않는 것을 당연시할 수 있게 된다. 어쩌면 일일이 타인의 스토리를 듣고 이해하는 것이 자신이 손해를 보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100% 나를 위한 것이다. 인간관계로 괴로워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며 스트레스를 쌓아나가는 것은 자신을 해치는 일이다.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는 길이며, 이는 곧 나를 더욱 사랑하는 법이고 행복과 가까워지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은 고유한 스토리의 산물이다. 이를 인정하고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히든 스토리'가 도와줄 것이다. 첫 문장을 보고 떠오른, 나와 정말 맞지 않는 그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그가 아닌 나를 위해 그 사람의 스토리를 물어보고 대화를 나눠보자. 대화 속에서 그와 나의 스토리를 발견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될 것이고 더는 스트레스받지 않고 공존하는 법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에게 다가설 용기를 줄 책의 한 구절을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 글감이 된 책, <인생의 무기가 되는 히든 스토리>는 드로우앤드류 서포터즈 그린이 1기 활동을 위해 무상으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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