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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챙긴다는 것

가성비 좋은 자기 계발법

by 귀향

나는 주변을 잘 챙기는 사람이다. 안부 연락도 자주 하고 생일이면, 명절이면, 연말연초면 축하와 인사를 남기고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한 번씩 그냥 생각나서 선물이나 편지를 하기도 한다. 주변을 잘 챙기고, 챙기는 것을 좋아하지만 문제는 그러다 보니 나를 챙기는 것은 뒷전이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나처럼 주변을(그 안에 나도 포함이길 바라는 마음에) 잘 챙기는 사람을 좋아했다.


이 얼마나 단단하지 못한 관계인가. 이런 관계는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하게 되고 자신을 더 나약하게 만든다. 주변의 존재가 자신의 존재 이유가 되므로 자립하기 어렵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을 더 잘 기억하고 크게 여기는 사람의 심리상, 주고받은 챙김의 크기와 상관없이 기대와 실망이 반복될 수 있다. 주는 것의 기쁨이 아무리 크다지만 그만큼 체력과 에너지도 소모된다. 어떤 사람도 채움 없는 나눔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다행히 이런 점을 깨달은 지금의 나는 나를 먼저 챙길 줄 아는 사람이 되었고, 남보다 자신을 잘 챙기는 사람이 더 좋아졌다.


멜 로빈스의 신간 <굿모닝 해빗>에서도 자신을 챙기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저자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라이프코치였지만 정작 자신의 상태가 온전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거울 속의 자신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자신을 사랑하고 응원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가 소개한 하이파이브와 함께 내가 나를 챙기는 사람이 되는 데에 도움이 된 행동 중 누구나 지금 당장부터 쉽게 시작할 수 있는 3가지를 추가로 소개하려 한다.


- 거울 속 자신과 하이파이브(<굿모닝 해빗>, 멜 로빈스)

저자는 무너진 자신을 일으키는 방법으로 과학적 연구결과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과의 하이파이브를 추천한다. 하이파이브는 단순히 손바닥을 마주치는 행위를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믿음과 에너지를 전달해주며 축하와 격려의 의미를 담고 있는 행위다. 하이파이브를 자신과 한다는 것은 나를 향한 친절의 행위이자 나를 지지하고 축하하고 격려하고 사랑하는 일이라고 한다. 나에게 그런 응원을 건넴은 내면의 힘을 믿고 계속할 수 있게 만들어주며 자기비판과 자기혐오도 사라지게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화장실로 가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바라본다. 이때 외모에 집중하지 말고 내면에 존재하는 영혼을 바라보고, 거울 속의 자신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마음이 고요해지는 것을 지켜보면 된다. '괜찮을 거야'라는 편안한 감정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한다. 책을 읽고 나도 나와의 하이파이브를 실천해봤다. 처음엔 그 모습 자체가 우스꽝스러워 웃음이 피식 새어 나오기도 했지만 3일 차인 오늘, 무언가 뭉클한 감정과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느껴졌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사랑하는 마음이 커졌다. 어렵지도, 시간이 많이 들지도 않고 성공한 사람이 과학적 근거까지 뒷받침하며 설파하는 방법이니 시도해보길 추천한다.


- 일기 쓰기

나를 일으켜준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내가 왠지 모르게 불안하고 삶이 흔들린다고 느꼈을 때 그 이유는 나조차도 나를 모르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나는 감정에 쉽게 치우치는 사람이다 보니 부정적인 감정에 잠식돼있는 나를 발견할 때 쉽게 무력감을 느꼈다. 무력감은 나를 더 나약하게 만들었고 그렇게 또 부정적인 감정이 들고…. 이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 무작정 시작한 게 일기였다. 처음엔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몰라 그냥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나열했고, 쓰다 보니 그 사건에서 느꼈던 나의 감정들도 드러났다. 잘 몰라서 불안하고 두려웠던 존재가 글이라는 실체로 드러나니 더는 아무렇지 않게 됐고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또 하나 일기의 장점으로 말하고 싶은 신기하고도 감사한 점은 일기에 감정을 토해내고 나면 슬픈 감정은 사라지는 반면 행복한 감정은 오히려 더 커진다. 이제 내 일기장은 비상시 대처 매뉴얼이자 힐링스팟이다. 감정이 나를 힘들게 할 때 힘들었던 날의 일기를 읽으며 어떻게 해결했는지 조언을 얻거나 '이 또한 지나갔구나'를 인지할 수 있다. 그것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행복했던 날의 일기를 읽으며 그날을 상기하며 기분전환을 할 수도 있다. 매일 쓰지 않아도 되고 길지 않아도 되니 짧게라도 기록해보자. 분명 당신을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한 마디 첨언하자면 과거 일기를 읽는 게 그렇게 재밌을 수 없다. 그 어떤 소설, 드라마보다 재밌으니 꼭꼭 남겨두시길 강추.


- 잘 자고, 잘 먹기

중요한 문제가 당면했을 때 가장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게 자는 것, 그리고 먹는 것이다. '잠은 죽어서 잔다'라는 말도 흔히 쓰이듯이 무언가 악착같이 해낸 사람들을 보면 "자는 시간 먹는 시간 아껴가며 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물론 그들의 독기와 성취를 존경하지만 개인적으로 건강을 잃은 성취는 모래성과 같다고 생각한다. 더 잘 살기 위해 그 일을 해내는 것이지, 그 일을 해내기 위해 살아내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누군가에겐 그저 허울 좋은 핑계로 들릴진 모르겠지만 건강을 잃으면서까지 지킬 수 있는 건 그다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의 매일이 잠과 식사를 포기할 정도까지 치열하지는 않지 않은가.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유튜브를 보느라 늦게 자지 말고 조금 귀찮다고 식사를 대충 '때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건강한 재료들로 조리된 맛있는 음식으로 채워진 적당히 배부른 식사 한 끼만으로도,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한 후 편안한 잠옷을 입고 잠든 적절한 시간의 숙면 한 번만으로도 완전히 다른 느낌을 느낄 것이다. 잘 먹고 잘 자는 것을 아까워 말고 누려보라. 오히려 더 큰 효율을 경험할 것을 장담한다.


- 명상하기

스님이나 요가 선생님만 하는 건 줄 알았다. 처음에는 눈을 감고 가만히 있는 게 어렵기도 했고 시간 아깝다고도 생각했는데 지금은 한 날과 안 한 날의 차이가 피부로 느껴지는 정도까지 왔다. 뇌는 정말 바쁘고 심지어 자는 순간에도 일을 한다고 한다. 피곤할 뇌에게도 휴식시간을 주자. 호흡에, 음악에, 자연의 소리에 집중하고 나면 그 집중력으로 하루를 더 효율적으로 살아갈 수 있기에 전혀 아깝지 않을 것이다. 아직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고 삶이 뒤바뀐 정도는 아니지만 확실히 머리가 맑아지고 걱정과 잡념이 줄었다. 뇌를 쉬게 해 줘서인지 명상 없이 더 많이 잔 날보다도 피곤함이 덜하다. 명상이 습관이 되기 이전보다 집중력이 좋아졌고 감정에 쉽게 동요되지 않는다. 왜 많은 성공한 사람들의 습관으로 명상이 꼽히는지 이제는 몸으로 이해가 된다. 5분-10분 만으로도 이런 효과를 느낄 수 있다면 가성비 좋지 않은가.



그리 대단한 것도 신박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행동들의 누적으로 나는 단단해졌고 주변에 누가 없더라도 내가 나를 챙길 줄 알기 때문에 혼자서도 강한 사람이 되었다. 나를 챙기는 만큼 남을 챙길 수 있는 에너지도 충전돼 전보다 더 진심으로, 지침 없이 챙길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남에게 의존하거나 기대하고 있다면, '배려'라는 명목 하에 나보다 남을 더 챙기고 있다면, 혹은 자신이 그러고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오랫동안 그래 왔다고 하더라도 오늘부터 한 번 거울 속 자신과 눈과 손을 맞춰보자. 5분이라도 좋으니 뇌를 잠시 쉬어주고, 3줄이라도 좋으니 감정을 기록해보자. 나에게 좋은 음식을 먹여주고 좋은 쉴 자리를 마련해주며 나를 충분히 돌봐주자.


나를 챙긴다는 것,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생각보다 멋진 일이다. 당신도 조만간 공감하게 되리라 믿는다. 이 글이 당신에게 응원을 주는 하이파이브가 되길!



* 언급된 책 <굿모닝 해빗>은 드로우앤드류 서포터즈 그린이 1기 활동을 위해 무상으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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