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하체마비가 된 나

애기가 된 기분이다

by ㄱ현우

하루에도 몇 번씩 스스로가 아기가 된 것 같다는 마음이 불쑥 찾아온다.

몸은 어른인데, 마음은 계속 뒤로 미끄러지는 느낌.

대소변을 스스로 가릴 수 없다는 사실은 자존심을 서늘하게 베어내고,

누워 있는 다리는 마치 나와 상관없는 다른 존재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걸을 수 없다는 현실은

마치 시간이 멈춘 방 안에 가둬진 것 같고,

내가 움직이지 않으니 세상이 먼저 멀어져 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 병실 문 넘어 들려오는 작은 움직임들만이

‘나는 아직 여기 있다’는 걸 억지로 알려주는 신호처럼 스쳐 지나간다.


누군가의 손길에 의지해야 하고,

누워 있는 동안 몸의 감각이 돌아오지 않는 시간은 길고도 차갑다.

성인이면서도 스스로를 돌보지 못한다는 감각은

가끔은 부끄럽고, 가끔은 속상하고, 가끔은 그냥 말없이 눈을 감게 만든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는 배우고 있다.

무너진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는 것.

멈춘 것처럼 보여도 내 몸 어딘가에서는 변화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다시 일어설 나’를 지금 이 순간 내가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


그래, 지금은 아기처럼 느껴질지 몰라도

이 시간들이 언젠가 내 뼈와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줄 거다.

나는 극복할 거다.

나는 회복할 거다.

나는 다시 걸을 거다.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나는 반드시 이겨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