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근일기

아저씨와 아줌마가 핫플에 가면

by 김과장

친한 동료들과 외근을 나왔다. 겸사겸사 핫플 해방촌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마흔을 목전에 둔 아저씨 두 명과 아줌마 한 명. 피자펍, 스페인 음식점, 브런치 카페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우리는 골목식당에 나온 알탕을 먹기로 했고, 심지어 그 가게가 작년에 없어져서 한바탕 소란을 피운 후 대구탕을 먹었다.


식사 후 기왕 여기까지 온 김에 우리도 멋진 카페에 가보자고 호기롭게 외쳤지만 루프탑 카페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지 못해 두 번의 유턴 후에 한 카페로 들어왔다.

“우리 이제 늙었나 봐요. 다음엔 그냥 교외에 넓은 데로 가요.” 주차를 하며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


아무도 사진을 찍지도 뷰에 감탄하지도 않은 채, 만 오천 원짜리 케이크를 세 개 시키고 세 시간을 머리를 맞대고 수다만 떨었다.

늙으면 여자가 남자가 되고, 남자가 여자가 된다더니 육두문자 담당은 나였고 남자 두 명은 수다스러웠다. 육아기 단축근무를 사용 중인 동료 한 명은 결혼 후 줄곧 와이프와 장모에게 폭언에 시달리는데 이혼을 할 거라고 호기롭게 선언했다. 나도 할 거라고 반갑다며 자세한 절차를 설명해 줬더니 갑자기 나보고 먼저 하라고 한 발 뺀다.


당연히 회사 험담도 듬뿍했다. 한 명은 부장이 박람회 핑계로 해외로 놀러 가려는 정황을 포착해서 딴지를 걸었다며 칭찬해 달라는 듯이 말하길래 호되게 혼냈다. 한국에서도 노는데 그냥 내 눈에 안 보이는데서 노는 게 훨씬 낫구먼 무슨 소리람. 부장은 매달 출장 갔으면 좋겠다.


사장님의 임기가 얼마 남았고, 다음 사장은 누가 될 것이며, 업계가 어떻고, 다른 부서의 누가 어떻고… …. 그렇게 불금이 지나갔다.

평소에는 점심을 혼자 간단히 해결하고 책을 읽거나 밀린 인터넷 쇼핑에 열을 올린다. 오늘의 작은 일탈은 업무시간의 모든 소음과 번뇌에서 잠시 격리되고 싶어 하는 나의 의지를 조금 거스르는 일이었다. 그래도 보람 있었다. 여성화되어가는 남자들과의 수다와 술 없는 진심이.


다음에는 남자 두 명이 울면서 이야기하고 내가 달래주게 될 것 같다. 부장은 퇴근하는 내 뒤통수에 월요회의가 아주 길어질 거라고 친절히 인사하며 내 주말을 망치려 했지만, 다음 주에는 월급날이 있다.


참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