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키우며, 나는 계속 버려왔다

by Bosu Jeong

회사를 키운다는 말은 보통

더 많이 갖는다는 뜻으로 들린다.


사람을 더 뽑고,

매출을 키우고,

사무실을 넓히고,

명함에 적힌 직함을 늘리는 일.


그런데 나는 회사를 운영하며

계속 무언가를 버려왔다.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아니었다.

다들 그렇게 하니까,

나도 자연스럽게 더 가지려 애썼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가지는 것보다 버리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해졌다.


가장 먼저 버린 건

남과 비교하는 마음이었다.


저 회사는 왜 이렇게 빨리 크지?

우리는 왜 아직 이 정도일까?


비교는 잠깐 자극을 주지만

방향을 흐리게 만든다.

남의 속도를 따라가다 보면

내가 왜 이 길을 선택했는지

잊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비교를 멈췄다.

느린 대신,

우리가 가고 싶은 방향만 보기로 했다.


다음으로 버린 건

완벽한 계획이었다.


10년짜리 로드맵,

숫자로 꽉 찬 미래,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계획들.


나는 여전히 계획을 쓴다.

다만, 붙잡지 않는다.

쓰고, 정리하고,

때가 지나면 버린다.


계획은 방향을 잡기 위한 도구이지

나를 옭아매는 족쇄가 아니어야 한다는 걸

조금 늦게 배웠다.


또 하나 버린 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는 욕심이었다.


투자자도 만족시키고 싶었고,

직원도 만족시키고 싶었고,

가족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모두를 만족시키려다 보면

정작 아무도 지키지 못한다.

그래서 선택했다.


모두에게 좋은 회사가 아니라,

우리에게 맞는 회사를 만들기로.


대표다움에 대한 강박도 버렸다.


대표는 항상 답을 알고 있어야 하고,

흔들리면 안 되고,

언제나 확신에 차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대표도 모를 수 있고,

대표도 불안할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나니

오히려 팀과의 대화가 편해졌다.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대표 아래에서

사람들은 더 솔직해진다.


마지막으로 버린 건

저녁 약속과 술자리였다.


네트워킹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지던 시간들.

의미 있는 만남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관성에 가까웠다.


그 시간에 나는

아이와 밥을 먹고 있었다.

책을 읽고,

보드게임을 하고,

하루를 나누고 있었다.


이 선택은

회사를 느리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삶은 분명히 단단해졌다.


신기하게도

이렇게 버리고 나서야

몇 가지가 남았다.


시간이 남았고,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팀과의 신뢰가 깊어졌다.


무엇보다

내가 어떤 회사를 운영하고 싶은지에 대한

확신이 남았다.


성장은 더하는 일이 아니라

덜어내는 일이라는 걸

나는 회사를 하며 배웠다.


혹시 지금

너무 많은 것을 쥐고 있지는 않은가.

더 가지려 애쓰느라

이미 충분한 것들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나는 오늘도

회사를 키우기보다

불필요한 것을 하나 더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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