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행을 가면 도서관부터 찾는다

by Bosu Jeong

주말이 되면 우리는 도서관으로 향한다.

처음에는 아이에게 독서하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도서관은

‘책을 읽는 곳’이 아니라

우리 가족이 시간을 쌓아가는 공간이 되었다.


아이들은 도서관을 좋아한다.

조용하지만 답답하지 않고,

정돈되어 있지만 강요하지 않는 공간.

책을 읽어도 되고,

바닥에 앉아 그림을 봐도 되고,

프로그램이 있으면 참여해도 된다.


무엇을 해야 한다는 규칙보다

함께 있어도 괜찮은 분위기가 먼저인 곳.


그래서 해외를 가도 우리는 꼭 도서관을 들른다.

여행 일정에 ‘랜드마크’ 대신 ‘도서관’을 넣는 집은

아마 흔치 않을 것이다.


싱가포르에 갔을 때는

싱가포르 국립도서관에 들렀다.

현지 아이들과 함께하는 어린이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언어는 완벽히 통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금세 섞여 앉아 같은 활동을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중요한 건 언어가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는 경험이라는 것을.


미국 얼바인에 갔을 때는 더 놀랐다.

도시 안에 도서관이 정말 많았다.

헤리티지 파크, 엘 토로, 코스타 메사, 유니버시티 파크, 라구나 비치, 터스틴…

각각의 도서관이 서로 다른 표정을 가지고 있었다.


짧은 일정 동안 우리는 7곳의 도서관을 방문했다.

들를 때마다 프로그램 일정 종이를 받아와

스토리 타임, 만들기 활동, 가족 프로그램을 챙겼다.

아이들은 현지 아이들과 나란히 앉아

말 대신 웃음과 몸짓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아이들을 ‘어디로 데려가야 하나’ 고민하지 않았다.

일정을 재촉하지도 않았다.


아이들에게는

무엇을 보느냐보다

누구와 어떤 호흡으로 시간을 보내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았다.


화려한 공연이나 비싼 음식이 아니어도,

부모와 같은 공간에 앉아

같은 페이지를 넘기고

같은 테이블에 머무는 시간.


그게 아이들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는 걸

도서관에서 배운다.


그래서 바란다.

한국에도 도서관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공부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머물러도 되는 공간으로.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는 여행을 갈 때마다

아이들과 함께 그 도시의 도서관을 찾을 것이다.


책을 읽기 위해서라기보다,

그 도시의 속도로 숨을 고르고

가족의 시간을 조용히 쌓기 위해서.


이렇게 또 한 번,

주말을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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