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리는 몇 번쯤,
더 크게 갈 수 있는 기회를 만난 적이 있다.
투자 제안이 오기도 했고,
사업을 빠르게 키울 수 있는 조건이 붙은 제안도 있었다.
조금만 방향을 틀면
지금보다 훨씬 빠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순간들이었다.
그 기회들이 나빠 보였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였다.
충분히 합리적이었고,
주변에서는 “왜 안 하느냐”고 묻는 쪽이 더 많았다.
그래서 더 고민했다.
이걸 잡지 않는 것이
과연 신중한 판단인지,
아니면 두려움을 포장한 선택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망설였던 이유는 단순했다.
그 기회를 잡았을 때의 회사 모습이
지금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그림과 달라 보였기 때문이다.
조직은 더 커져야 했고,
속도는 더 빨라져야 했으며,
내 역할도 완전히 달라질 가능성이 컸다.
그 변화 자체가 나쁘다기보다는,
그 변화 이후의 일상을 상상했을 때
마음이 편해지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하지 않기로 했다.
정확히 말하면,
지금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 결정이 내려진 뒤에도
마음이 완전히 가벼워진 것은 아니었다.
“그때 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은
지금도 가끔 고개를 든다.
특히 다른 회사들의 빠른 성장을 볼 때면
그 질문은 더 선명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우리가 잡지 않은 것은
‘성장’이 아니라
감당할 준비가 되지 않은 속도였다는 점이다.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천천히 가는 선택도 예외는 아니다.
놓친 기회는 분명 존재하고,
그 사실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다만 우리는
모든 기회를 잡는 대신,
몇 가지 기준을 지키는 쪽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기준 덕분에
지금의 회사를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선택이 정답이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아마 앞으로도 완전히 확신하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다만 분명한 건,
우리가 일부러 잡지 않은 기회들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