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가는 선택이 늘 옳았던 건 아니다

by Bosu Jeong

천천히 가는 선택이 늘 옳다고 확신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시간은,
이 방향이 맞는지 스스로를 설득하는 과정이었다.

회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기 시작했을 때였다.
매출이 조금씩 늘고, 제품에 대한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그 시기에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비슷했다.

“지금이 확장할 타이밍 아닐까요?”
“조금만 더 공격적으로 가도 될 것 같은데요.”

그 말들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그 선택이 더 큰 성과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더 불안했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기회가 있는 건 아닐지,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있는 건 아닐지 계속해서 묻게 되었다.

특히 밤이 되면 그런 생각은 더 선명해졌다.
낮에는 괜찮다가도,
집에 돌아와 조용해지면
“남들보다 느린 선택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질문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때마다 나는 한 가지 기준으로 생각을 정리하려 했다.
이 선택이 회사를 더 크게 만들 수 있는지보다,
이 선택을 몇 년 뒤에도 계속 감당할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이었다.

조직이 커졌을 때의 모습,
속도가 더 빨라졌을 때의 일상,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를 상상해보았다.
그 상상 속의 내가 지금의 나와 너무 멀어 보일 때면,
아무리 좋아 보이는 선택이라도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이 선택이 늘 편안했던 것은 아니다.
포기한 기회도 있었고,
조금 더 빨리 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도 남아 있다.
지금도 가끔은,
다른 길을 택했더라면 어땠을지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선택을
‘정답’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의 나에게는 감당 가능한 선택이었다고 말할 뿐이다.

아마 앞으로도 비슷한 질문을 계속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같은 방식으로 고민할 것이다.
조금 더 빠른 길이 아니라,
조금 더 오래 갈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이 글은 그 고민의 한가운데에서 남긴 기록이다.
아직 확신보다는 질문이 더 많은 상태로.

작가의 이전글작지만 의미 있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