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 사이에 너무 많은 선을 그어온 건 아닐까
사람들은 왜 그렇게
직장과 가정을 엄격히 분리하려고 할까.
예전에는 그 이유를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일은 일이고, 집은 집이라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분리는 어쩌면 필요해서라기보다 버티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직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힘들고, 눈치를 봐야 하고, 평가받고, 긴장해야 하는 공간이다.
그 안에서 생긴 감정들을
그대로 집까지 가져가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가정은 편안해야 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었어야 했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아도 되는 곳이었으면 했다.
직장에서 받은 피로를
가정에서라도 내려놓고 싶었던 마음.
그래서 우리는
일과 가정을 철저히 나누려고 했던 게 아닐까.
나는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경계가 너무 단단해질수록
삶이 더 분절되어 가는 느낌도 들었다.
우리는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침에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출근하고,
일을 하다가 가족 생각을 하고,
퇴근 후에도 일의 여운을 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일과 가정은
이미 연속된 시간 안에 함께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사실을 애써 부정하며
경계를 세우고, 칸을 나누고, 선을 긋는다.
나는 그 선을
조금은 흐리게 만들고 싶었다.
회사와 가정을 구분하지 말고 계속 일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일과 가정의 경계를 무너뜨리자는 주장도 아니다.
다만
너무 날카롭게 나뉜 경계를
조금은 부드럽게 만들고 싶었다.
우리는 모두
일을 하며 살아가고,
가정을 이루며 살아간다.
서로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같은 사람으로서
하루를 이어 살아간다.
그런데도
회사에서는 회사 사람으로만,
집에서는 가족 구성원으로만 살아야 하는 것처럼
스스로를 쪼개며 살고 있다.
조금만 시선을 넓혀보면
회사에서도 누군가의 가족이고,
가정에서도 누군가의 일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서로를 조금만 더 이해하고
조금만 더 배려한다면
굳이 그렇게까지 나눌 필요는 없지 않을까.
물론
큰 조직이나 복잡한 시스템 안에서는
이런 시도가 쉽지 않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나는
작은 조직을 선택했고,
그래서 Liventerprise라는 말을 꺼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Liventerprise는
일과 삶을 섞자는 말이 아니다.
일과 삶을 모두 존중하자는 이야기다.
일을 하면서도
삶을 잃지 않고,
삶을 지키면서도
일을 포기하지 않는 방식.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조금 더 인간적인 선택을 해보자는 제안이다.
아직 정답은 없다.
다만 나는
이 경계를 조금 느슨하게 만들고 싶었고,
그 시도를 계속 기록하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도
Liventerprise를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