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알바천국

그래도 맥도날드 알바가 낫다고 생각하는 이유

by 붕어빵의 효능

맥도날드 아르바이트가 2개월차를 넘어간다.

그동안 나는 점점 안정적으로 카운터 일을 하게 되었다. 아 물론 주문 밀리면 멘탈 터지는 건 여전함...

그 사이 중간중간 다른 알바 (도넛가게, 샌드위치가게, 구매대행 ) 세 가지를 해 봤는데

그래도 맥도날드가 제일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건 내 생각일 뿐이며,

단순육체노동 시장에 종사 중인 나의 짧은 경험에 대해 조금 정리해 보도록 하자.


1. 생각보다 노동법이 지켜지지 않는 곳이 많다.

금세 그만둔 두 가지의 알바 (샌드위치, 던킨 도넛) 은 그냥 기본적으로 노동법이 지켜지지 않는 곳이었다.

출퇴근 시간을 멋대로 변경하거나 (당일날 전화와서 일찍 나오라고 한다거나)

알바비 수령이 늦을 수도 있다고 당당하게(!) 고지하거나

휴게 시간을 주지 않거나

cctv로 지켜보면서 앉아 있으면 안 된다고 피드백을 준다거나 (그러면 휴게시간을 주던가 ㅅㅂ..아 욕나옴)

주는 돈에 비해 시키는 일의 양도, 난이도도 터무니없이 높았다. (한번에 레시피를 다 외우라고 하는 곳도 있었는데 그렇게 공부할거면 과외알바하지 여기 왜 왔겠냐)

한번하고 쌔하고, 두번하고 아 진짜 이상한데.... 세번 정도 출근 후 도망갔다.


웃긴 건 두 군데 모두 해맑게 웃으며 '지난 분이 바로 도망갔어요' 라고 했는데 아 그분들은 나처럼 멍청하게 세 번씩이나 와서 확인할 필요가 없었던 거다. 아무튼 spc여기는 정말 악의 축이다.


2. 노동시장의 수요 공급의 법칙

그러던 와중 나는 꿀단기알바를 발견하는데,

명품 매장에 가서 사기 어려운 모델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알바였다. (구매까지 하면 성공보수 준다고...)

나는 백화점을 좋아한다. 그리고 강남 사는 아줌마다. 그러니 나한테 얼마나 쉽겠냐. 당연히 매장에서 나한테 물건 다 꺼내서 보여주지. 평소 하던 짓(?) 두시간 남짓을 하고 받은 돈은 쏠쏠했다. 팀장으로 대기업에서 잘 나가던 때(?) 받던 시급이랑 거의 비슷하다. 사회에 기여하는 바로는 말도 안되는 보고서 쓰는거랑, 명품매장가서 재고확인하는 것보다는 맥도날드에서 감자를 푸고 사람들에게 햄버거를 주면서 '맛있게 먹으라' 고

인사하는게 훨씬 건강한 기여를 할 것 같은데. 노동의 가치란 대체 무엇인지..


비숙련 육체노동은 사회를 움직이는 필수재지만 가치는 작다. 마치 아리수같달까.

그리고 그 노동의 결과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지는 오로지 사용자(고용주) 가 알아서 계산기 돌릴 일이다. 사회적 공헌, 보이지 않는 가치, 실제 매출 기여... 다 필요없다. 사장 맘이다.

다만 내 노동의 가치를 평가받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일의 난이도보다는 진입의 난이도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값어치가 낮아질 수밖에 없고 진입이 조금이라도 어려워지면 일의 값어치가 비싸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감튀 푸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백화점 명품매장에서 물건을 여유롭게 구경하는 일은 누구나까지는 안 되기 때문에 후한 시급을 받는거다.


3. 그래서 왜 맥도날드냐

앞서 두 군데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노동법이 대체 왜 안 지켜지는지 큰 의문과 분노가 일었다.

노동법의 가장 중요한 축, '하루 8시간 노동, 1시간 휴식' 은 내가 봤을 때 거의 피로 쓰여진 인간생체기준의 스탠다드다. 사무직일때는 몰랐다. 저 여덟시간이 얼마나 생존과 직결되는지. 저 여덟시간은 육체노동자가 꼬박 일할때, 거의 죽지 않을 정도, 그리고 다음날 출근할 수 있을 정도로 혹사되는 거의 최저선 같은 거다.

노가리도 까고 커피타임도 가지는 사무직의 8시간과 하루종일 서서 얼음푸는 알바생의 8시간이 어떻게 같겠나. 그러니까 많은 분들이 저 기준이 피부로 이해되지 않을거다. 하지만 난 이제 그 누구보다 이해가 가고 그렇기에 저 기본적인 것조차 지키지 않는 불법 업체들에 대한 분노가 치민다.


또한 여전히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 cctv로 감시하는거, 불법 아니냐고 당당히 따질 수 있는 건 그 일자리를 포기하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만약에 여기에 생계가 달려있다면? 우리는 항상 미디어에서 귀족 노조나, 실업수당 부당수령자들에 대한 이야기들만 듣는다. 하지만 그 꿀빠는 인간들 만큼이나 저 사각지대에서 법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도 부지기수다. (아 생각해보니까 던킨 더 빡치네 신고할까)


자 그래서, 본론. 저 최소한의 법의 보호를 받으려면 대기업으로 가야 하는거다.

알바도 대기업으로 가야 한다...


spc나 저런 곳은 점주가 사장이며 월급을 주기 때문에 저런 불법에 무지하고 스스럼이 없다.

하지만 대기업은 법의 기준과 적용에 엄격하고, 저런 최저선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일반 상식' 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난 그래서 시급 천원 덜 벌더라도 맥도날드가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당장의 몇만원이 아쉬운 사람에게는 중요한 가치가 아닐 수도 있고, 저런 걸 잘 지키면서 덜 뽑아먹는 '꿀알바' 도 존재할거다. 하지만 꿀알바는 아줌마한테까지 기회가 안 온다.

혹여나 나와 비슷한 상황인 분이시라면, 그렇기 때문에 꼭 노동법 지켜지는 곳으로 가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삼만원 덜 벌고 그냥 넷플릭스 보지 마셔라...


물론 맥도날드의 그지같은 점들도 있다. 그건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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