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첫월급도 받기 전이지만 몇 가지 드는 생각들에 관하여
아이구 고되다.
아직 교육생인 맥줌마는 지금까지 약3주간 청소, 감자튀김, 각종 음료 제조, 서빙과 계산에 대해 배웠다.
요즘 주로 하는 일은 음료 제조로 딱히 어려울 것은 없다. 컵에 얼음과 탄산을 채우거나, 머신에서 커피를 뽑거나, 시럽을 추가하는 등의 아주 약간의 제조를 하면 된다. 물론 처음에는 제법 헷갈리는데 그래도 계속 하다보면 점점 익숙해진다. 반복은 단순노동의 숙련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니까.
아 물론 맥플러리 주문은 좀 킹이 받는다. 점심에 주문이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에서 맥플러리 같은 주문 나오면 정말... 주문이 밀리고 꼬이기 일쑤다. 아르바이트를 하기 전에는 전혀 몰랐었는데, 이 시간에 내가 이 메뉴를 시키면 일하는 사람이 어떻게 주문을 쳐내겠구나, (짜증이 날 수도 있겠구나) 그게 이제는 읽힌다.
아르바이트 초반에는 손님들에 관한 잔상이 많이 남았다. 새벽에 술취해서 들어오는 젊은 여자애들이나,
알바하러 온 것 같은 모델 외국인들이나, 단체회식 하고 아이스크림 사먹는 아재들이나, 뭐 기타 등등..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같이 일하는 스탭들의 얼굴이 하나둘씩 눈에 익기 시작하고 이곳의 인력구조가 보이면서 다른 종류의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오늘 할 이야기는 맥도날드의 인력 구조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역시 돈을 벌려면 봉이 김선달이 되거나 (무형의 가치를 만들고, 그걸 뻥튀기하기), 인력을 착취하거나 이 두 가지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는 것도 확실히 깨우쳤다. 그리고 맥도날드는 당연히 후자다. 요즘 세상에 점심에 만원 미만으로 이렇게 끼니를 훌륭하게 (뭐 거창한게 아니라 그래도 탄단지 비율도 얼추 맞고) 때울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되겠는가. 다 이건 인건비를 쥐어짜고 인력을 갈아 만든 결과다. 뭐 다른 사람들은 알바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일하는 내내 한국맥도날드와 맥도날드 회장은 진짜 좋겠다. 이런 생각만 맴돌았다.
1. 패스트, 패스트 푸드
사람들이 맥도날드에서 원하는 것은 패스트, 무조건 패스트이다.
물론 맛도 중요하고 서비스도 중요하다. 하지만 무조건 빨라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패스트 푸드의 서비스의 본질이기도 할 것이다다. 그리고 이 속도를 맞추기 위해 조리와 같은 공정에서 방법을 찾기도 하지만 결국 해결방법은 정말 어마무시한 속도로 서빙을 해내는 거다. 거의 쥐어짠다고 봐야 한다.
가령 예를 들어 어제 나는 반나절동안 탄산음료 1500개 정도를 뽑아냈다. (포장기계에 찍힌 카운팅이 그랬다) 커피나 다른 음료를 제외하고 순수 탄산음료만 저렇게 판 거다. 그리고 저 담당은 나 혼자였다. 그러면 저 판매량을 맞추기 위해 어느 정도의 속도로 일해야 하는지 대략 감이 오겠지.
2. 인구구조의 역설
그래서 저 '속도' 의 이유로 필연적으로 패스트 푸드는 젊은 애들이 일할 수밖에 없다. 정말 무엇이든 빠르게 해내야 하는 일인데, 나이가 들수록 반사신경은 느려지니 결국 젊은 사람이 할 수밖에 없는 일이 된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만 봐도 나이든 사람은 적응하지 못하거나, 청소나 배달 같은 다른 업무를 맡는다. 그리고 매니저들도 그렇게 인력 배치를 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이상하게 뒷방 늙은이로 청소만 하면 슬플 것 같은 생각에(!) 초반에 좀 빠릿하게 움직였더니 음료도 뽑으라 시키고 그런 것 같은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건 손해다. 같은 최저임금으로 일하는데 내가 왜 맥도날드 사장한테 더 도움되는 일을 쥐여짜가면서 해주고 있나.
역시 자기효능감은 인간의 행위를 비효율적으로 만드는 공신 중 하나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인구구조의 문제가 고스란히 적용된다. 요즘 젊은 애들이 없댄다. (실제로 애들이 추노도 많이 한다고는 하는데) 그냥 인구 자체가 적어서 맥도날드에 일하러 오는 애들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실제로 지금은 수능 막 끝나고 얼라들 알바 공급이 피크를 찍어야 하는 시기다. 하지만 계속 일하고 있던 20대 초중반 고인물들과 50대 이상의 시니어, 이렇게가 우리 매장의 주요 인력 구성이다. 시니어들은 먹고 사는 문제때문에 이악물고 버티시는 것 같고... (그리고 사회에서 구르다 오면 이 정도는 껌이다. 물론 사회경험 아직 많지 않은 친구들한테 좀 터프할 수는 있다) 젊은 애들은 고인물 위주로 돌아가는데 눈치를 보아하니 아예 권력구조가 정리되어서 분쟁은 없는 평온한 상태로 보이는데 딱 봐도 별로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좀 더)
그래도 우리 매장은 젊은 사람이 많아서 분위기도 좋고(?) 상황이 좋은 편이라고 한다.
아예 시니어들까지 서빙이나 카운터에 있는 매장도 부지기수라고.
여기에서 또 느끼는 것은 한국맥도날드는 앞으로도 노날 일만 남았다는 거다. 애들이 줄어들면 늙은이들을 채용하면 된다. 올드맨 공급은 앞으로 더더욱 수두룩빽빽해질거다. 심지어 시니어 채용은 기업이미지에 정말 큰 도움이 된다. 나도 처음에는 맥도날드가 갈 곳 없는 시니어 인력도 받아주는 포용력 있는 다국적기업 이런 데인 줄 알았지... 다 계산기가 작동해서 저런 거다. 물론 영하고 힙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어지겠지만.
3. 결론은 시급이 형편없다.
아직 첫월급을 못 받았는데, 아무튼 맥도날드는 최저임금이다.
노동의 '난이도' 를 생각하면 그게 맞는데 나의 '강도' 를 생각하면 글쎄다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안 오거나 도망가는거다.
하지만 어쨌든 교육도 시켜주고, 최소한의 인사시스템이라는 게 작동하는 곳이라 나는 이게 낫다고 판단했다.
(사실 직전에 맥도날드 가기 전, 다른 가게에서 2주정도 일했는데 흠... 이건 다음에)
초반에는 고되다 보니 뻗어서 자고 그러느라 불면증도 고쳐졌나 싶고 사람들과 부대끼며 일하는 것에서 약간의 활력도 얻어서 잘 되었다 싶었는데 이제는 육체적 소모가 너무 많은 것 같아서 내 시간값이 더 비싸겠다는 생각만 든다. 기왕 할 거 버거 만드는 것 까지 배우고 퇴사하거나 그러지 않을까 싶다. 요즘 사람이 없는지 매니저가 자꾸 워킹아워를 늘려서 그것도 참 부담스럽다.. 일하면 할수록 호구가 되는 구조같은데 말이지.
그러면 다음 편에서는 남미새 팀리더에 대해 써보도록 하겠다.
그런데 우리 매장에 훈남 아가 있기는 하드라. (아줌마는 그냥 구경만 하는데 너무 웃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