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은, 내 것이었다

말하지 못한 순간들에 대한 저작권 선언

by kerri


아주 오래전, 딸에게 하지 못한 말이 있다.
“엄마는 너를 두고 가는 게 제일 무서워.”
병원 침대에 누워 그 말을 삼킨 날,

나는 한 줄의 시를 썼다.
딸에게 남긴 말 한 줄
그것조차 글이 되지 않으면
사라질까 두려웠다
그때부터 나는 쓰기 시작했다.
말하지 못한 순간들, 들리지 않은 마음들,
기억 속에만 머물 수 없었던 감정들을.
그건 고백이자, 내가 살아냈다는 증거였다.
그렇게 써 내려간 문장들이 브런치에 닿았고,
누군가는 그 시를 읽고 위로를 얻었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을 것이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나는 단지 ‘글’을 쓴 게 아니라,
사라질 뻔한 감정을 붙잡아
나만의 언어로 빚어낸 ‘권리’를 지켜온 것이란 걸.
그건 다름 아닌 내 삶의 저작권이었다.
창작은 반드시 거창한 영감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지극히 평범하고 사소한,
그러나 잊히면 안 되는 찰나들 —
그 모든 순간들이 나에겐 창작의 재료였다.
어떤 사람은 그것을 ‘에세이’라 부르고,
나는 그것을 ‘기억의 저작권’이라 부른다.
세상 누구도 대신 써줄 수 없는 마음,
그 마음엔 분명히 내 이름이 붙어야 한다.
나는 글을 쓴다.
그러나 내가 진짜 쓰고 싶은 것은,
내가 지켜낸 감정에 대한 선언문이다.
그리고 언젠가 내 딸이 자라
나의 글을 읽게 된다면,
그 아이는 알게 될 것이다.
“엄마는 그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모든 말은, 글로 남겨졌구나.”
말하지 못한 순간들에도
저작권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