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by 조제

그로부터 며칠 후 원숭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나는 택배 사무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사 언니와 연락을 자주 한다. 그래서 원숭이의 문자를 조금 늦게 보았다. 오늘 일이 끝나면 커피를 마시러 가자고 했고 덕분에 플라나리아는 잘 배송되었다는 문자였다. 그것 참 잘됐어, 끝나면 만나자라고 나는 답장을 했다. 상사 언니는 한 시 반쯤에 배달을 마치고 돌아왔고 한 시 반만 되면 귀가 간지럽다며 면봉을 손에 쥐었다.

나는 두 시쯤에 퇴근을 했다. 그날은 약속이 있는 줄 모르고 흰색 할리데이비슨 롱슬리브에 카키색 카고 바지를 입고 낡은 킨재스퍼를 신고 있었으며 떡진 머리를 하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차려입고 나올걸. 왜인지 모르지만 원숭이에게만큼은 초라해 보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원숭이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있지만 말이다. 마치 티셔츠 한 장만 입고 있는 곰돌이 푸 같았다. 게다가 꼬리도 없다.

우리가 간 카페는 중부내륙이었다. 말 그대로 이름이 중부내륙이었다. 작고 검은색 페인트 칠을 한 간판에 조그마한 종이컵 한 개가 달랑 붙어있고 거기에 대충 ‘커피’라고 적혀있다. 그 간판이 탄생한 계기는 사장님께 직접 들었는데 지나가던 착한 페인트칠 일을 하는 청년에게 종이컵 두 개를 보여주며 알파벳으로 커피라고 쓴 것과 한글로 커피라고 쓴 것 중에 어떤 것이 더 낫냐고 물어보았는데 청년은 한글 쪽을 골랐다고 한다. 그 청년이 만약 알파벳으로 된 종이컵을 골랐다면 간판은 다른 느낌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원숭이는 차가운 바닐라라테를 시켰다. 나도 같은 것을 달라고 했다. 고르는 것이 귀찮았다. 앉으라고 만든 건지 조금 모호한 의자에 나란히 앉는 구조였기 때문에 나는 원숭이와 마주 보지 않아도 되어서 마음이 놓였다. 내 떡진 머리를 정면으로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저번부터 궁금했는데… 그 목에 걸고 다니는 건 뭐야?”


원숭이가 내게 물었다.


“이거? 이거 그냥 호흡 잘하게 도와주는 목걸이. 공황장애가 생기거나 불안이 심할 때 후후 불면 좀 가라앉아.”


나는 검은색의 오 센티 정도 되는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빨대 모양을 한 목걸이를 자세히 보라고 눈앞에 가져다주었다.


“무슨 병이라도 있는 거야?”


“그냥 조울증. 공황발작도 가끔 있어.”


“아 그래서 그런 걸 목에 걸고 다니는구나.”


나는 반스를 신고 있는 사장님의 발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잠깐 침묵 속에서 차가운 바닐라라테를 마셨다. 나는 커피를 하루에 두 잔 이상 마시면 엄청난 불안감을 느꼈기 때문에 오늘 내가 사무실에서 몇 잔을 마셨는지 헷갈려 세보고 있었다.


“제이는 음악을 지겹도록 듣는 사람이었어. 말 그대로 지겹도록.”


침묵을 깬 원숭이의 말에 나는 잠자코 들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야. 드뷔시의 달빛을 한 곡만 듣는 게 아니라 사운드 클라우드라는 애플리케이션에서 드뷔시의 달빛을 검색하고 그것을 모조리 들어보는 거야. 정말이지 지독하지. 리믹스된 것부터 피아노 곡까지 전부. 한 번은 제이에게 왜 그렇게 노래를 듣느냐고 물어보았는데, 돌아온 대답은 더 기가 찼어. 지겨워도 그냥 듣는 거래. 지겨움까지도 들을 수 있는 거라면 그냥 꾹 참고 듣는 거래. 그런데 제이는 그림도 그렇게 그렸어. 지겹도록. 마치 지겨움과 엉겨 붙어버린 사람처럼.”


제이 이야기를 하는 원숭이의 표정은 담담했다. 화가 난 것 같지도 않았고 슬퍼 보이지도 않았다.






이전 03화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