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 약을 먹은 지도 어느덧 삼 년이 다 되어간다. 자그마한 영월에서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자그마한 택배회사 사무실의 사무 보조로 일하게 되었다. 반품송장을 기계에서 빼내어 일반 송장으로 바꿔 낀다. 택배시스템을 컴퓨터로 접속해 일반고객과 기업고객을 구분해 날짜를 재입력한다. 메신저에 접속한 후 음악은 요네즈 켄시의 ‘lemone’. 뭐 이 정도면 아침의 할 일은 끝이다. 나는 아무 이유 없이 30분 정도 일찍 출근하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면서 시간을 때웠다. 지겹기 시작하면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와 바닥 청소를 했다. 밀대걸래를 적셔 바닥을 슥슥 닦았다. 슬슬 더워지기 시작해 옷소매의 팔을 걷었다. 10월 치고는 더운 날이다. 열 시부터 두 시까지 손님들은 계속해서 들어왔고 주소와 성함, 전화번호를 컴퓨터에 입력해 송장을 뽑았다.
누군가가 열려있는 문 앞에서 서성거렸다. 처음에는 화장실을 가려고 물어보러 왔나 싶었다. 그러나 문 앞에서 서성거리는 모습이 뭔가 대단한 비밀을 안고 도망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나는 문 앞까지 가서 얼굴을 보려고 고개를 내밀었다. 이런, 원숭이다. 원숭이의 모습이 어딘가 어색해 보인다. 사무실 안에는 요네즈 켄시의 음악이 여전히 반복해서 흐르고 있다. ‘今でもあなたは私のひかり(지금도 당신은 나의 빛)’. 가사가 귀에 들려왔다. 원숭이의 엉덩이 부분을 보았는데 꼬리가 없다. 어째서 꼬리가 없는 원숭이가 택배 사무실 앞에 있는 거지?라고 나는 생각했다.
“택배를 부치려고 해.”
원숭이가 말했다.
“몇 킬로 정도야?”
내가 물었다.
“그냥 플라나리아야. 편형동물. 이 아이스 박스에 잘 담았어. 혹시 플라나리아가 파손될 일은 없겠지? 이 녀석들은 머리가 잘려도 기억을 잃지 않고 살아갈 정도로 강한 녀석들 이니까.”
이상한 원숭이라고 생각했다. 더 이상은 물어보지 않고 원숭이의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 등을 물어보고 송장을 출력했다. 송장을 플라나리아가 담긴 아이스박스 위에 투명 테이프로 고정시켰다. 식품이 아니기 때문에 빨간 테이프는 붙이지 않았다.
내가 박스에 송장을 붙이고 팔레트 위로 옮기는 동안에도 원숭이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나를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다. 볼일이 끝났음에도 원숭이는 돌아가지 않고 사무실에 서 있는 것이다.
“나… 사실 꼬리를 잘렸어.”
원숭이가 한참의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나는 놀란 척을 했다. 아니, 실제로 조금 놀랐을지도 모른다.
“제이가 내 꼬리를 잘라버렸어. 소중한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봐...”
원숭이는 말끝을 흐렸다.
결국 나는 원숭이와 점심을 함께 먹었다. 우리는 편의점에서 파는 싸구려 참치가 들어간 삼각김밥을 사고 분명히 감자라고 쓰여있던 으깬 감자가 중간에 미미하게 들어간 샌드위치를 사고 따뜻한 커피를 사서 그것을 사무실 책상 위에 펼쳐놓고 먹었다. 삼각김밥은 마치 겨울날 밖에 놔둔 통조림처럼 차가웠고 샌드위치에서는 감자 맛을 찾기란 어려웠다. 커피만 먹을만했다. 원숭이는 그 음식들이 무슨 파인 다이닝이라도 되는 듯 조금씩 천천히 맛을 음미했다. 원숭이가 먹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万引き家族(어느 가족)’이 떠올랐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서로 다른 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로 무엇으로 얽혔는지는 모르지만 가족 행세를 하며 함께 밥을 먹고 잘 때는 같은 이불을 덮으며 살아가는 내용이다.
“두시쯤 되면 상사 분이 배달을 마치고 오셔.”
나는 꼬리가 잘린 원숭이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다 먹으면 곧장 갈게.”
원숭이는 정말 다 먹은 후 일어나서 나갔다. 나는 무엇인지 모를 끌림을 느꼈다. 아마 꼬리가 잘렸다는 이유 때문에 불쌍했는지도 모른다. 문 앞까지 나간 원숭이에게 다가가 내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고마워. 연락할게.”
원숭이는 그렇게 말하고 떠났다.
원숭이가 가고 나는 원숭이가 한 말 중에 일부를 되새김질했다. 제이에 대해 말했던 것 같은데… 소중한 친구인 줄 알았다고 했다. 도대체 제이라는 인물은 원숭이의 꼬리를 왜 잘라버린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 상사 언니가 들어왔다. 귀가 간지럽다고 말하며 면봉으로 귀를 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