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영월군 영월읍. 나는 양극성정동장애를 앓고 있고 스물여섯 살이다.
이른 아침에 라디오 소리가 나를 깨웠다. 치직… 찌지직… 99.9메가 헤르츠.. 7시 57분입니다. 나는 깨어남과 동시에 오늘은 무얼 하며 버텨야 하나 생각했다.
나는 산책을 하루에 세 번 정도 하곤 했다. 이곳은 영월읍 오만동길. 걸으면 걸을수록 수풀과 나무밖에 없었다. 세 번을 걷고 나면 만보가 넘었다. 새아빠는 내게 산책 대신 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정말 세수하는 것조차 힘들었기 때문에 도대체 뭘 해야 할지 몰라서 걷는 것일 뿐이었다.
아침 산책을 마치고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음악을 듣는 것이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삽입된 곡 ‘언제나 몇 번이라도’를 두 번 연속 들었다.
엄마는 아칩밥을 만들고 있었고 새아빠는 원두커피를 핸드드립으로 내리고 있었다. 아침은 정갈했다. 잘 말아진 계란말이에는 잘게 다진 당근과 양파가 가득했다. 약간 고봉밥이라고 생각되는 밥과 말간 된장국 그리고 김치가 소복이 접시에 담겨있었다. 밥을 다 먹고 새아빠가 내린 커피를 마셨다. 커피 향은 달큼하게 내 코를 감쌌다. 왜 커피가 달큼하게 느껴졌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그날은 엄마와 같이 아침 산책을 나섰다. 엄마는 갱년기가 와서 열이 갑자기 올라 덥다고 하기도 했다. 우리는 그런 얘기를 두런두런 하며 걸었다. 야트막한 동산을 걸어 올라가니 겹겹아 산들이 보였다.
“산 넘어 산, 산 넘어 산, 산 넘어 산이야.”
엄마가 말했다.
지금도 나는 그 말을 곱씹곤 한다. 엄마는 우울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