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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제

나와 원숭이는 거의 쫓겨나듯이 카페를 나왔다. 쾌청한 10월 말이다. 하늘은 높고 구름은 조금 있다. 우리는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가 바다를 보러 가기로 했다. 동해바다로 가기로 했다. 강릉 주문진 해수욕장으로 가기 위해 우리는 영월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둘 다 운전을 할 줄 몰랐다. 버스터미널 키오스크로 표를 사고 흡연구역으로 가서 담배를 피웠다. 나는 코지마 우메코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오후 시간 늦게 강릉으로 가는 버스를 타니 사람이 별로 없어 좌석 번호표 상관없이 그냥 아무 데나 앉았다. 나와 원숭이는 버스 복도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나란히 앉았다. 버스 안은 음악도 틀지 않고 사람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들려오는 건 엔진 소리와 원숭이의 코 고는 소리뿐이었다. 나는 너무 심심해서 원숭이의 책을 가져와 읽었다. 코지마 우메코가 한국인 친구에 대해 적어 놓은 문장을 읽었는데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내 친구 영숙에게, 너는 걸음걸이가 한국인 같아서 좋다.

너는 말투가 한국인 같아서 좋다.


‘영숙’이라는 이름은 일본인인 우메코에게는 어려운 발음이라고도 적혀있었다.




여섯 시 반이 되어서야 강릉에 도착했다. 주문진 해변까지 207번 버스를 타고 한 시간을 더 가야 했다. 게다가 용강동 서부시장에서 환승도 해야 했다. 버스를 도대체 몇 시간이나 타는 거지, 우리는 생각했다. 바다에 도착할 때까지 나는 원숭이의 책을 모조리 읽어버렸다. 코지마 우메코의 책에는 바다가 자주 나왔는데 바다에 대한 묘사가 단 한 줄도 없었다.



원숭이는 바다에 도착하자 하품을 했다. 나는 하품을 하지 않았다. 우리는 하얀 백사장으로 걸어가 앉았다. 파도소리가 크게 들렸다. 바다 색이 오묘한 푸른빛이다. 우리는 저녁도 먹지 않고 몇 시간이고 거기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배가 너무 고파 죽을 지경이 되자 편의점에 가서 삶은 계란과 맥주를 사 왔다. 해가 저물고 작은 별들이 조금씩 하늘에 드러났다. 원숭이는 하늘을 보며 담배를 피웠다.


“있잖아, 핼리 혜성을 알아?”


원숭이가 입을 열었다.


“몰라.”


나는 말했다.


“핼리 혜성은 1531년 발견되었어. 약 76년을 주기로 지구에 접근하는 혜성이야. 1986년 2월에 마지막으로 지구에서 볼 수 있었고 그다음 올 시기는 2061년 7월이래. 너는 2061년 7월에 뭘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아마 너는 육십 살이 훌쩍 넘을 텐데.”


“글쎄, 아마 드디어 이슬을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있지 않을까. 육십 살이 넘어서야.”


“그건 좋은 삶일까?”


“그것까진 나도 잘 모르겠지만 분명 레종 데트르 같은 말은 잊어버리고 말 거야. 흰머리는 점점 늘어날 거고.”



하늘은 어둑어둑 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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