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원숭이와의 시간에 별일은 없었다. 별일이 있었다고 하면 그날이 지나고 원숭이는 바다에서 추웠는지 감기에 걸렸고 나는 그날 영월로 돌아가는 버스가 없었기 때문에 근처 모텔을 잡아야 해서 이틀 치 아르바이트비를 모두 써버렸다. 다음 날 영월로 일찍 돌아가는 버스가 없어서 나는 상사 언니에게 출근을 못 할 것 같다고 전화를 걸어야 했다. 열 시까지 가야 하는데 버스가 열 시에 있는 것이다. 언니는 도대체 왜 강릉에 있느냐고 물었고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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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함은 좋은 것이다. 뇌출혈과 대장내시경 검사에 비하면 지루함은 견딜만하다고 생각한다. 원숭이는 자신의 꼬리를 자른 제이를 두 번 다시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 나라면 찾아가서 앞니를 부러트려 놓을 텐데. 복수하고 싶지 않아?라고 내가 물었지만 원숭이는 복수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며칠이 지난 월요일 오후 세시 삼십 분, 나는 사무실에서 퇴근을 했지만 집에 가지 않았다. 나는 사무실 소파에 앉아 2000년 개봉한 크레이그 슈와츠 감독의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를 보고 있었다. 타인의 머릿속에 들어가 타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좀처럼 집중이 되지 않았다. 상사 언니는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열한 살이라고 말했다. 열한 살, 지금은 서른 중반이 넘은 언니.
시간은 정말로 빨리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