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의 그림을 훔친 일도 한 달이 지났다. 그림을 훔치고 일주일 후, 원숭이는 일본 히로시마(広島)로 떠났다. 원숭이에게 있어 그림을 훔친 일은 복수와 자기 연민 그 사이였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쌀쌀해진 11월 초, 나는 원숭이에게서 자그마한 우편을 두 개 받았다. 자그마한 편지였는데 한 장에는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았고 삐뚤빼뚤하게 꽃이 그려져 있었다. 이걸 어떤 꽃이라고 해야 좋을까,라고 생각하던 도중 두 번째 장을 보니 거기엔 무언가 쓰여있었다.
<원숭이의 편지>
안녕, 나의 유일한 친구. 잘 지내고 있니? 여기는 낮 기온이 22도 정도로 꽤 온화해.
나는 요즘 평온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 여기에도 플라나리아가 있어. 나는 그것들로 실험을 하고 있어.
플라나리아 한 마리의 머리를 자를 대고 잘라 따로 두었더니 두 마리의 플라나리아가 되었어.
나는 이제 괜찮아. 꼬리가 없는 것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어.
오늘은 오꼬노미야끼 가게에서 근사한 아침을 먹었어.
그래봤자 오꼬노미야끼를 먹었지만.
너도 더 이상은 불안의 늪에서 살아가지 않길 바라.
불안감이 너를 덮칠 때, 너는 우리가 먹었던 싸구려 참치가 들어간 삼각김밥에 대해 생각하게 될 거야.
이유는 모르겠지만, 분명 그럴 거야.
잘 지내, 원숭이가.
*
*
*
사람들은 심연이라는 것에 대해 별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 같다. 결국 그 심연이라는 건 크기에 상관없이 우주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만약 심연에 코발트블루 색을 지닌 아름다운 지중해가 있다면 언제든 그것을 꺼내 지중해 바다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고, 심연에 정어리 통조림이 있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나는 지금까지 많은 것들을 버려왔다. 젓가락질하는 방법, 잃어버린 사람들, 불태워 없앤 일기장들… 그것들을 버린 것이 잘한 일일까라고 생각해 보면 나도 잘 모르겠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결국 그것들을 버린 것이 후회되기 시작한 때는 담배를 끊은 다음 날 아침부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