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by 조제

원숭이는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나 물건을 훔치려고 해. 같이 가줄 수 있어?”


나는 어떤 것을 누구에게서 훔치느냐고 물었다.



“낙타 그림…”


그것은 제이가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그림이라고 했다.




맑은 날이었다. 검은색 티와 검은색 바지를 입은 나는 원숭이에게 조금은 가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지금 그 꼴로 간다면 누군가의 눈에 띄기 쉬울 거라고 말했다. 원숭이는 내게 검은색 할리데이비슨 롱슬리브를 빌려 입고 바지는 입지 않았다. 롱슬리브가 투엑스라지였기 때문에 거의 다리까지 가려졌다. 그러니까 내 말은, 검은 원피스를 입은 원숭이가 되어버렸다.

제이의 집은 서울 성북동에 있었고 주택이었다. 조금 희한한 구조였는데, 위로 들어가는 문과 아래로 들어가는 문이 있었다. 마치 주택에 다리가 달려서 살짝 붕 떠있는 느낌이었다. 원숭이는 제이가 웬만하면 위로는 다니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위로 침입했다. 침입이라고는 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쉬워서 침입이라는 말이 조금 민망할 정도였다. 나무로 만들어진 문에 물고기 모양을 한 자물쇠가 걸려있었다. 그건 가짜라고 원숭이가 말했다. 쓱 풀어보니 문이 열려버렸다. 나는 잔뜩 몸을 웅크리고 들어가 낙타 그림을 찾기 시작했다. 원숭이는 나에게 ‘사람이 숨기기에는 너무나 하찮고 그렇다고 찾기에는 너무 쉬운’ 곳에 그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세탁기를 찾으려고 했다. 그러나 제이의 집에는 세탁기가 없었다. 그림은 원숭이가 찾았는데 그건 액막이 생선 입 속에 돌돌 말려 있었다.

그것은 이렇게 그려져 있었다.









제이의 그림을 훔치는 데 성공한 우리는 영월로 돌아와 만찬을 즐기기로 했다. 원숭이는 기분이 들떠 히죽거리며 그 그림을 손에 쥐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구겨지기라도 할까 봐 조마조마했다.

상사 언니가 마침 연락을 해서 같이 저녁을 먹자고 했다. 나와 원숭이, 상사 언니는 사무실 책상에 둘러앉아 마치 불을 처음 발견한 네안데르탈인이라도 되는 듯 싸구려 참치가 들어간 삼각김밥과 모차렐라 치즈가 들어간 핫바와 캔맥주를 바라보았다.


“너희는 저녁을 먹자니까 왜 이런 걸 먹는 거야?”


언니는 캔맥주를 만지작 거리며 말했다.


“상징적인 거예요. 적어도 우리한테는.”


내가 말했다.


원숭이와 나는 천천히 맥주를 마시고 언니는 밥을 먹다 말고 나가서 담배를 피웠다.











keyword
이전 08화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