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여행을 가면 계획을 짜서 돌아다니기보다는 그날 그날 되는 대로 보낸다. 아침에 일어나 근처 카페에서 커피와 크로와상을 먹고 산책을 하거나, 저녁에는 로컬 식당에 가거나 마트에 가서 도시락을 사 먹기도 한다.
하루는 저녁을 먹고 숙소 근처 마을을 산책하고 있는데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이 보였다. 집을 떠나고 싶어서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로 여행을 온 것인데 강아지 산책 하는 현지 주민을 보니 갑자기 부러운 마음이 드는 거다.
‘저 사람은 강아지 산책을 시키고 자기 집으로 들어가 강아지를 씻기고 저녁을 해 먹고 편안하게 하루를 마무리하겠구나.’
갑자기 집이 그리워졌다. 불현듯 ‘내가 왜 이렇게 먼 남의 나라에 와서 이 고생을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웃음이 피식 나왔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워 큰맘 먹고 여행을 떠나면 하루 이틀 좋았다가 한 삼일 째 즈음 되면 얼른 집에 돌아가고 싶고 폭신한 내 침대, 내 강아지, 내 주방이 그립다.
그래서 여행을 다녀오면 언제나 ‘집이 최고야.’라는 맘으로 한동안 집에만 있어도 행복하다. 그러니 가끔은 여행이 필요하다.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파랑새는 언제나 집에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도 집을 떠난 긴 여행에서 돌아와서이다.
너무 소중한 것은 늘 가까이 있는데 보이지 않는다. 아니 너무나 가까이 있기에 보이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파랑새도 강아지도 내 사람도 항상 너무도 가까이 있기에 그 소중함을 잊고 산다는 것을 자꾸만 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