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밥상을 위하여
집 근처에 주말농장이 있어서 십년이 넘게 주말 농장을 해볼까 말까 고민만 하다가 올해는 해보기로 결심을 했다.
요즘 물가가 비싸서 채소보다 고기 먹는 게 낫다고 하는데 장을 보러 가면 정말 실감난다. 전에는 무심코 담았던 애호박을 손에 들고 살까말까 고민하고 청양고추 한 줌을 손에 들고 들었다 놓았다 하게 된다. 한 바구니 씻어서 거의 한끼에 다 먹다시피했던 상추도 전처럼 덥석 집어오지 못하고 가격을 보고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다음에 가격 떨어지면 사아지 하고 내려놓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안녕하세요, 주말농장 알아보러왔는데요.”
밭을 일구던 농장 어르신께 말을 건냈다.
“분양 받을 수 있나요?”
“네, 오세요. 난 여기 맨날 있으니까...”
다시 밭을 갈기 시작하신다. 그래서 서둘러 여쭈었다.
“어떻게 받아야 하나요?”
“고랑하나에 십 오만원이예요.”
십오만원이면 주말에 마트가서 장 한 번 볼 돈인데, 그 돈으로 일년 농사를 짓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완전 거저 같았다. 봄에는 상추, 고추, 호박 심어서 아침에 싱싱한 상태로 따와서 식탁을 파릇파릇하게 채우고, 여름에는 고구마 심어서 주렁주렁 달고 나오는 고구마를 캐 먹을 생각하니 마음은 벌써 풍년이다.
이웃에서 주말 농장을 하시면서 경작하셨다고 부추랑 상추, 고추 같은 것들을 주시곤 했었다. 나도 농사 잘 되면 수확한 것을 나누어 드릴 수 있을까 상상을 해본다. 버몬트 숲 속에서 척박한 버몬트 땅을 일구어 농사를 짓으며 살았던 스콧니어링과 헨렌 니어링을 동경했던 시절이 갑자기 생각난다.
‘뿌린대로 거두리라.’
스콧 니어링은 좋은 땅을 일구는 일을 이 속담을 일컬어 비유했다.
진리를 표현하는 말은 소박하다. 너무도 정직한 땅을 말하고자 한 것인 것 같다. 스콧 니어링과 벨렌니어링이 공동 저술한 「조화로운 삶」에서 ‘농사짓기’를 기록한 장의 첫 페이지에 인용한 토머스제퍼슨의 편지를 다시 인용해본다.
"땅을 가꾸는 것만큼 나를 기쁘게 하는 일은 없다네. 그 가운데서도 밭 가꾸는 일을 최고로 꼽을 수 있지. 그 갖가지 채소들 하며, 어떤 것은 늘 잘 자라주고, 하나가 잘 안돼도 다른 게 잘 되어서 보상 받을 수 있지. 하나를 거두어 들이고 나면 또 다른 걸 거두어들일 수 있다네. 한 해 내내 그렇지. 나는 큰 욕심 없이, 우리 집 밥상을 위해 오늘도 밭에 나가네" 제퍼슨( Thomas Jefferson) <찰스에게 보내는 편지> 1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