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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경화 May 22. 2024

마흔 아홉에 배운 자전거

내사랑 미니벨로

   작년 가을 무렵이었다.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보고 돌아오던 길에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할머니를 보았다. 할머니의 자전거에는 바구니가 달려 있었는데 장을 보셨는지 이것저것 담겨 있었다. 여유롭게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유유히 가을 햇살 속으로 사라지는 할머니가 얼마나 멋져 보이던지. 그 순간 내 눈에 비친 자전거 탄 할머니는 파리에서 바게트 빵을 담고 자전거를 타는 파리지앵보다 더 낭만적으로 보였다.


  '아! 나도 자전거 타고 싶다!!‘


  그렇게 해서 생애 최초의 자전거를 갖게 되었고 새로 산 미니벨로를 차에 넣어서 넓은 공터를 찾았다.


   세상에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구나 느껴지며 그 뒤로는 자전거 탄 사람들만 보였다. 마치 반려견 키우기 전후 세상이 달라졌 듯 자전거 배우기 이전과 이후의 세상이 달라졌다.


   대학 때 친구들이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간다고 하면 참 부러워하기만 했었는데, 이제야 첫걸음마 때는 아이처럼 배우려니 운전을 처음 할 때처럼 떨리고 설레었던 것 같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되어 찬바람에 손가락과 발가락이 끝이 마비되고 얼굴까지 올려 덮은 넥워머 속에서 콧물이 줄줄 나와도 신나서 자전거를 탔다. 차가운 바람이 폐 속 깊이 들어오면서 막힌 속을 뻥 뚫어주는 기분이었다.


   영하의 날씨에도 호수공원까지 씽씽 달려  꽁꽁 언 호수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으며 혼자 배실배실 웃었다. 자전거를 타고 장 보러 가고 싶다는 작은 소망에서 시작한 라이딩이 이렇게 큰 해방감과 환희를 느끼게 할 줄은 몰랐었다.

  

  배우면서 넘어지고 타다가 몇번 다치기도 했지만 배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나의 미니벨로는 내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분신같은 존재가 되었다.  


  자전거를 배우고 첫 봄이 왔다. 봄날에 타는 자전거는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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