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주면 그리움이 커진다
봄꽃이 흩날리던 어느 봄날 번화가에 나갔다가 휴가를 받아 나온 듯한 군인을 보았다. 애틋한 마음이 뭉클 올라온다. 대한민국 청년이라면 거쳐야 하는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아들을 군대에 떠나보내야 하는 것은 대한민국 부모에게는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어린 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부모의 마음을 어찌 표현할 수 있을까.
아들의 군입대 시절이 떠오른다. 담담히 담대히 보내자 마음먹고, 훈련소로 걸어 들어가는 아들을 바라보고 웃으며 잘 다녀오라 손을 흔들어 주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조심해서 들어가시고요.’
엄마의 걱정을 줄여주듯이 웃으며 말하는 아들은 너무도 의젓했다.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에 남편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창밖만 바라보았다. 한 마디라도 하면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서였다.
훈련소에 있는 연락이 되지 않는 6주 정도의 기간 동안 하루 해가 지고 저녁 어스름이 내려오면 소파에 앉아 편지를 써서 보냈다. 마치 일기를 쓰듯 편지를 써서 보냈었다.
‘오늘은 눈이 많이 왔다. 눈이 오니 네가 더 보고 싶다.’
‘오늘은 네 생일이어서 미역국을 끓여 먹었다. 따뜻한 미역국 한 그릇 끓여주지 못해 미안하다.’
‘엄마가 너를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더 많이 말해줄걸...’
‘오늘은 노을이 예뻤다. 너를 유모차에 태우고 저녁 노을이 질 때마다 산책 나갔었던 기억이 난다. 오늘도 함께 보면 너무 좋았을 것 같다.’
그런 고백 같은 말들이었던 것 같다. 편지를 쓰다가 거의 매일 울었던 것 같다. 그때의 감정들을 하나로 표현하자면 아마도 ‘그리움’이었던 것 같다. 뱃속에 품었던 자식을 낳아 하루 종일 바라보며 보듬고 안고 기르면서, 보고 또 봐도 보고 싶고 어여쁜 게 자식이다. 성장하여 집을 떠나면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까 그리워하며 기다린다.
마음을 주면 그리움이 커진다. 마음을 다 주었기에 그리움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