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으로 일상이 피곤하다 느낄 때
내가 갖고 있는 강박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보고자 한다.
투렛증후군과 함께 거의 필수적으로 강박은 찾아온다. 몇 년째 지속되는 게 있는 반면 어떤 것들은
그때그때 생겼다가 없어지기도 한다.
나의 경우 강박들은 거의 어떠한 '키워드'와
연관되어 있는데 '키워드'는 쉽게 말하자면
그때그때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사물, 상황 혹은 사람을 가리키는 단어가 된다. 중요한 건 이 '키워드' 들은 나를 매우 불안하고 불쾌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머릿속에 이 '키워드'들이 떠오를
때마다 이 감정과 불안을 없애기 위해
어떠한 '의식'같은 행위들을 강박적으로 하게 된다.
'그럼 떠올리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문법적으로 말이 되는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키워드'들을
떠올리는 게 아니라 '키워드'들에 의해 내가
떠올림을 당한다고 표현하고 싶다. 정말 하루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서는
이 떠올려지는 불쾌한 단어들과의 싸움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것들이 나를 어떻게 괴롭히는지 설명해보자면
예를 들어 책을 읽던 도중 어떤 '키워드'가
떠올랐다면 이미 다 읽은 페이지이지만 다시 읽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떠올린 '키워드'와 관련된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기 때문이다.
또 특정 색과 숫자 그리고 형태에 나 스스로가
부여한 '키워드'가 있는데, (이것도 할 말이 많은데 다음에 자세하게 해보고자 한다) 그 숫자나 형태가 보일 때마다 '빨리 이 불안과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했던 거 다시 해!!' 하고 그 당시 하고 있던 행위들과 심지어 생각들까지 처음부터 다시 하게 된다.
그렇기에 무언가 연상이 될만한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 특히 방안에 가득한 벽지와 무늬는
내 신경을 항상 건드린다.
어느 날 그냥 다 너무 피곤하게 느껴 저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게 방에 모든 것들을 치우고 온통 흰색으로 칠해놓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없으니 나에게 무언가
연상시킬 거리가 없을 테니까.
'이래서 정신병원이 흰색인가 아무 잡생각 안 들게 하려고'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냥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 정신병원이
그렇다는 게 아니다!)
상당히 피곤한 삶이다 ㅋㅋ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 어찌 되었건 나는 지금 이 상황에 적응하며 나름대로 잘 살고 있다.
나만의 '안전 단어'를 만들어서 '키워드'가
떠오르기 직전에 이 단어를 먼저 말하면 그 '키워드'에 딸린 부속 행위를 하지 않아도 된다 , 반복하는
행위를 그 당시에 하고 있던 행위가 아니라
좀 더 가벼운 (눈을 깜빡인다던가, 숨을 크게 쉰다던가) 행위들로 대체해서 한다던가 등의 나름의
규칙들을 만들어 가며 살고 있다.
가끔은 나 스스로도 '이게 도대체 뭐 하는 건가'싶어
실소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내 모습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