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상한 양파가 된 건가...
'좋은 말은 양파를 싱싱하게 나쁜 말은 양파를 썩게 만들어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 '좋은 말은 양파를 싱싱하게 나쁜 말은 양파를 썩게 만든다' 책에 따라 양파인 곳도 있고 쌀밥인 곳이 있었던 것 같다.
이게 실제로 말이 되는 실험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이 실험을 통해 책에서 하고자 하는
말은 좋은 말이 좋은 영향을 끼치고 나쁜 말은 나쁜 영향을 끼치니 가급적 좋은 말을 하고 살자 이다.
앞선 글에서 나는 시도 때도 없이 부정적인 '키워드'들이 떠오르고 그것이 수반하는 행위들을
강박적으로 수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 단어들은 나를 불안하게 만들기는 하지만 자의적으로 생각해낸 것이 아니고 그냥 머릿속에서
'생성'된 것들이니 나의 내면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생각하고 계속 살아왔다. 그런데 20살이
되고 나서 내가 보통의 사람들보다 훨씬 더 자주
우울해하고 괴로워하며 늘 부정적인 상황들을
가정하면서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여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전에는 나를 돌아볼 여유도 없었고, 나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도 않았기에 그냥
나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나를 자책해왔다.
나의 상태에 대해 깨달은 순간 나는
양파 이야기가 떠올랐다.
내가 나 스스로를 무의식 중에 상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24시간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머릿속에 맴도는 그 부정적이고 불안한
'키워드'들은 존재하는 그 자체로 나를 좀먹을 수 있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부정적인 것들에 계속 둘러싸여 있으면 부정적인
영향을 받기 마련인 것을.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면 누군가 당신의 귀에다
대고 당신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을 몇 년 동안
반복해서 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당신은 처음에 '남이 일방적으로 하는 말이니 나와 상관없어'하고 넘기겠지만 계속해서 불안하고
부정적인 말을 듣는다면 당신 내면은 점점 피폐해져 갈 것이다. 나의 경우 그 누군가가 나 자신인 것이다. 따라서 머릿속에서 떠오른 것이지만
내가 생각한 것은 아니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아직 강박과 투렛과 어떻게 같이 평생을 살아갈지 그 방법에 대해 헤매고 있기에 나는 보통의 건강한 사람들보다 쉽게 우울에 빠지며 자주 극도의 불안에 압도당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적어도 난 더 이상 내가 나약하거나 못나서
그렇다는 생각은 안 하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사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된다.
